‘DMZ 둘레길’, 이래서 서둘러야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 이후 군사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완충지역이다.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 2Km까지를 DMZ로 설정하였으나, 여러 이유로 거리 유지 및 비무장 준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DMZ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언뜻 듣기에 다소 의아하겠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한때 국제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알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서울보다 DMZ가 더 유명한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DMZ가 세계적 유명세를 타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DMZ는 세계 최고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관광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DMZ는 총 248km로 경기도 구역 103km, 강원도 145km 길이다.
필자도 각종 연구 및 현안 문제로 접경지역을 수없이 찾았지만, DMZ와 관광은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에서 업무차 1박을 하던 중 TV 프로그램에서 방영중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재미있게 보았다. 이튿날 두타연에 들렀을 때 DMZ를 따라 둘레길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 최고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타연은 금강산으로 가는 초입으로 천혜의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DMZ에는 두타연 외에도 70년 분단 덕택(?)에 한탄강 주상절리, 철원 두루미 서식지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생태환경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아울러, 궁예 철원성, 노동당 당사, 통일전망대, 땅굴 등 역사와 안보에 관한 우수한 관광자원이 곳곳에 널려 있다. 서해 강화에서 동해 고성까지 둘레길을 완성한다면 생태, 역사, 안보 등을 한데 묶는 비교불가의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DMZ 둘레길은 한번에 연결이 되지 않고 구간(지자체, 관할부대-사단)별로 나누어져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소재 총 11개 시군에 걸쳐 501km에 이른다. 이 안에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문재인 정부 초기 ‘DMZ 평화의 길’ 구축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가장 큰 난제가 군사적 이슈였기에 필자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해결책 제시를 위한 용역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 군 경계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반도 평화 이미지 제고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다는 벅찬 기대감이 있었다.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이전으로 인해 지역소멸 위기에 놓여있는 접경지역 기초단체에서는 두손 들고 이 사업을 반겼던 기억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DMZ 평화생태공원’, 이명박 정부의 ‘DMZ 생태공원’, 박근혜 정부의 ‘DMZ 세계평화공원’ 등 이전 정부에서도 DMZ의 순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추진속도에서의 완급은 있었으나, 정파를 떠나 중단됨 없이 꾸준히 이어져온 사업이다.
군은 ‘선’ 개념 과학화 경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및 ‘공간’ 개념의 혁신적 과학화 경계체계를 개발하여 적용해야 한다. DMZ 둘레길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인구절벽 시대의 병력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차원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예산은 정부 재정이 아니더라도 관광사업을 통해 충분히 조달이 가능할 것이다.
DMZ 둘레길에 전 세계에서 찾아온 외국인이 돌아다닌다고 상상해 보자.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 쉽사리 접경지역에 포격도발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관광객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대의 동태를 속속들이 살피는 한국의 수준높은 최첨단 경계기술을 보고 놀랄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의 경계체계는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기반을 닦아주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다면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해 낼 것이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DMZ 둘레길을 수일 동안 걷고 지내는 외국인들은 지역경제에 귀한 손님들이 아닐 수 없다.
온나라가 양극으로 치달으면서 과거의 많은 정책들이 중단되어 안타깝다. DMZ 둘레길. 너의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