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카타르와 이란, 마지막 순간까지 “아자, 아자, 아자”

웨일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아시아엔=김현원 팬다이머] 카타르와 이란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하지만 두 팀 다 1차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2차전의 결과는 달랐다. 카타르가 세네갈에도 3대1로 져서 일찌감치 16강 탈락이 확정된 반면 이란은 웨일즈에게 추가시간에 2골을 넣어서 2대0 승리를 거두었고, 마지막 미국과의.대결에서 이기기만 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축구에서 아시아의 위치는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서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뒤지는 아시아 팀이 실력을 넘어서는 괴력을 발휘해야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에게 이길 수 있다. 카타르는 아시아에서는 강호로 불리지만 이번 월드컵에 예선전을 치르지 않고 개최국으로 출전했을 뿐이다. 자력으로 여러 번 월드컵에 진출했던 아시아의 다른 출전국들인 강호 이란, 일본, 한국과 달리 월드컵에서의 어떤 경험도 없다.

세네갈과의 2차전에서 카타르는 3대1로 져서 최초로 16강 탈락이 확정되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1차전 에쿠아도르 전에 이어 이번에도 카타르가 2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TV화면에 비추어지는 경기장은 개최국의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기에 비해서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축구에서 2골은 마지막 5분간에도 뒤집힐 수 있다. 당연히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점에 카타르의 관객들은 이미 경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축구에서 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갈등이 싫었을까? 국민이 외면하는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축구는 기싸움이다. 기에서 꺾이면 그 경기는 이길 수 없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단 여성이 사흘만에 의문사를 한 계기로 두달간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팀은 이 시위에 연대하여 영국과의 첫 경기 앞서서 국가제창을 하지 않았다. 이란 축구팀은 사실 목숨을 건 것이었다. 이란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징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게 용감했던 이란팀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스런 마음으로 치러진 영국과의 첫 경기에서 이란팀은 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6대2로 졌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이란은 기습공격으로 2골을 넣으면서 불씨를 살렸다.

경기 다음날 지인이 영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축구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 나는 “다음 경기에서 영국은 많이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많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였지만 경기 외적인 이유로 의기소침했던 이란이 심기일전하면 괴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주었다.

실제로 영국은 미국과의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란은 괴력을 발휘해서 다음 경기에서 웨일즈를 2대0으로 이겼다. 경기를 떠나서 불이익이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시위에 동참한 이란팀이 마지막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꼭 16강에 진출하기 바란다.

카타르 팀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우리가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져서 16강 탈락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도 용맹하게 싸워서 독일을 이겼고 그 경기는 16강 진출보다 더 대단한 충격을 던졌고 대한민국의 강인함을 전 세계에 새긴 바 있다.

오래 전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한국은 멕시코에 3대1 네덜란드에 5대0으로 대패했고,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기도 전에 온 국민의 기대를 받던 차범근 감독은 졸지에 속죄양이 되어 경질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팀은 마지막 벨기에 전에서 죽을 힘을 다해 용맹하게 싸웠고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축구가 전 국민에게 갑자기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다. 카타르 축구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서 카타르 국민들이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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