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한국 벤투호 사자처럼 용맹하게 싸워달라”

카타르월드컵 한국대표팀

추악한 FIFA와 카타르월드컵

1974년까지 FIFA는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고 주최하는 외에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아발란제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아디다스를 비롯한 후원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자금들이 FIFA로 몰려들었다. 아발란제의 뒤를 이어 FIFA회장이 된 블래터는 FIFA를 더 확대했다. FIFA가 IOC 못지않게 큰 단체가 되고 막대한 돈이 몰려들면서 FIFA는 타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 FIFA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동시에 선정하였다. 이런 비상식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나이가 들어서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FIFA 집행위원들이 있었다.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그들의 속셈인 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FIFA가 국제조직인 관계로 제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10년 러시아에 2018년 월드컵 개최권을 뺏긴 미국의 법무부는 몇 년을 준비 끝에 9명의 FIFA 전현직 간부들을 횡령, 뇌물, 돈세탁, 세금탈루로 기소했다. 호의호식하던 FIFA 간부들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게 되었다. 세계축구 팬들은 환호했으나, 러시아와 카타르는 이 수사들에 ‘내정간섭’, ‘인종차별’이라는 이유로 극력 반대하였다.

블래터는 5선에 성공하고도 일주일만에 FIFA회장직을 사퇴하게 되었다. 프랑스 대통령과 카타르 국왕이 만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단 이유로 카타르에 투표했다고 얘기한 프랑스의 축구영웅 플라티니도 브래터와 함께 지위남용으로 자격정지 8년을 받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릴 수 없었다. 여름에 경기를 개최할 수 없을 정도로 무더운 카타르에서는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서 각국은 축구 시즌을 중단하고 1-2주 발을 맞추고 월드컵에 참가해야 한다. 축구시즌 중이라서 부상선수도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손흥민이 무려 한 달이나 전에 부상을 당해서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손흥민만 바라보는 벤투에게는 천운이라고 할 수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카타르 월드컵은 취소되지 않았고 계속 월드컵을 향한 시간은 흘러갔다. 카타르에서는 경기장을 건설하던 외국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무려 6500명이 사망하는 불행한 사고들이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기싸움에서 진 카타르와 이란

카타르와 이란은 아시아 축구의 강국이다. 개최국으로 예선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카타르는 2019년 아시안컵의 우승국이다. 이란은 대한민국과 같은 조에서 우리를 제치고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또 다른 조에서는 사우디와 일본이 1, 2위로 예선을 통과해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카타르와 이란은 아시아 축구의 강국이었으나,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다. 카타르는 남미에서 그저 그런 팀 에쿠아도르와의 개막전에서 졸전 끝에 별 힘도 못쓰고 0:2로 패배했다. 더구나 많은 카타르 관중이 열렬한 응원 대신에 후반 초반에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축구에서 2골은 경기 막판에도 뒤집힐 수 있는 스코어인데 카타르 국민은 자국 축구팀에 대한 응원을 쉽게 포기해버렸다.

오랫동안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군림했던 이란도 강팀 잉글랜드를 만나서 무기력하게 6:2로 대패했다. 잉글랜드의 점유율이 75%에 달했다. 가끔 이란이 공을 잡아도 패스할 곳이 없을 정도로 이란은 무기력했다. 잉글랜드는 수비에 급급한 이란에게 동네축구를 하듯 여유 있게 묘기를 부리며 이겼다. 이란이 6:0이 아니라 두 번의 기습공격이 성공해서 6:2로 끝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시아 축구와 세계축구의 수준 차는 그동안 더 벌어진 듯 싶었다.

사우디의 반전

사우디와 아르헨티나도 초반은 역시 사우디의 대패를 예감하게 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가 메시의 페널티킥으로 1:0 리드를 잡은 후에도 전반에만 3골이 골라인을 통과했으나 VAR 결과 모두 오프사이드로 판명되었다. 사우디가 의도한 오프사이드 작전이었고 해도 거의 동타임이었기에 작전 성공이라기보다는 사우디의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들어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사우디의 두 번에 걸친 공격이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통과했고, 아르헨티나는 추격해야 하는 팀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게 쉽게 들어갈 것 같던 아르헨티나의 골도 다시는 사우디 골문을 넘지 못했다. 사우디는 승리를 자축하며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선언했고,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는 이제 예선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에 일격을 당했던 아르헨티나는 개막전 수모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 진출한 적이 있다).

일본이 일으킨 기적

일본과 월드컵 4회 우승국인 독일의 대결에서 일본이 이란과 같은 상황이 될지 사우디와 같이 대반전의 드라마를 쓰게 될지 결과가 궁금하였다. 일본의 주전 중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가 7명이나 있었다. 과거 일본이 브라질 축구를 따라했다면 지금은 독일축구을 모델로 삼고 있다. 일본에게 독일축구는 낯설지 않았다. 한국도 4년전 독일에게 이기지 않았던가?

초반 독일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동안의 강했던 독일축구와는 달리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숏패스로 일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70%가 넘은 점유율로 무려 15번의 슈팅을 날렸다. 마치 영국과 이란의 전반전을 연상시켰고 일본도 대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독일도 15번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패널티킥외에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일본은 계속 몰리면서도 역습으로 독일에 대항하였다. 축구에서는 판정승이 없다. 전반을 한골 뒤진 상태에서 끝낸 일본은 희망이 자라나고 있고, 독일에는 불안한 느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축구의 신이 오늘 어제 사우디에 이어서 또 이상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후반 초반까지는 전반과 같은 독일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면서 일본은 달라졌다. 공격진이 농구의 올코트프레싱과 같이 독일에 달라들었다. 독일은 당황하면서 일본에게 수시로 공을 내 주었다. 드디어 독일을 위협하던 일본의 도안이 후반 30분 한 골을 넣었다. 독일은 계속 일본에 골에 가까운 슈팅들을 날렸으나 끊임없이 골문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후반 37분 일본의 아사노의 각도가 없는 상태에서의 슛이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노이어가 막을 수 없는 공간을 찾아들었다. 이후 독일은 만회골을 위해서 노력했으나 골문이 더 이상 좁아 보일 수 없었다.

70%가 넘는 점유율과 26개의 슈팅에도 단 한 개의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한 독일도 실력을 떠나서 운이 지극히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일본축구에 경의를 보인다.

벤투호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라

축구는 기싸움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기대했던 브라질이 독일에 7골을 내주었다. 한번 기싸움에 진 팀은 경기가 길게만 느껴진다. 아시아의 최강팀 카타르 이란 사우디 일본의 운명이 달라졌다. 의기소침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운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분패해서 거의 탈락이 확정되었던 대한민국 팀은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서(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세계 최빈국에서 며칠에 걸쳐서 시차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록 완패를 당했지만 외신은 대한민국 팀을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웠다고 표현했다) 당시 세계 최강팀 독일에 2:0 승리를 거두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16강에 진출해서 한 경기 더 하는 것보다 용맹하게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때 축구의 신도 도와줄 것이다. 사우디와 일본이 우루과이보다 강한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꺾지 않았던가? 우루과이는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두 번의 패배(이탈리아 1:0, 남아공 2:1)를 안겨주었다. 이제 오늘밤 우리가 갚아줄 때다. 벤투호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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