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올림픽 육상이야기⑨] 도핑·남성호르몬·트랜스 젠더···세메냐와 음보마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도쿄올림픽은 국내 모든 방송국이 구기 종목에만 집중하는 편중중계가 극대화되었다. 높이뛰기에서 메달에 근접했던 한국의 우상혁이 출전하는 높이뛰기 외에 밤에 진행하기 때문에 구기종목과 시간이 겹치는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 100미터, 200미터 결승전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 육상경기의 결승전을 중계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남자 100미터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제이콥스가 9.8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결승전에서 9.98초로 6위에 그쳤지만 준결승에서 제이콥스를 이기고 9.83초의 최고기록을 세운 중국의 쑤빙텐이 준결승기록을 유지했다면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 남자 200미터에서 남자 100미터에서 동메달을 땄던 캐나다의 그라스가 우승했다.
여자 100미터와 200미터는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슨의 독무대였다. 일레인 톰슨은 리우올림픽에서도 여자 100미터와 200미터를 제패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그녀는 100미터에서는 그리피스 조이너의 올림픽 기록을 깨고(10.61초) 우승했고, 여자 200미터에서도 조이너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21.51초)으로 우승했다. 최초로 올림픽 100미터와 200미터를 모두 2연패한 대기록을 세웠다.
여자 200미터 일레인은 일찍 선두로 나섰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자였던 그녀의 라이벌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2, 3위를 다투고 있었다. 그때 6위에 한참 뒤쳐졌던 나미비아의 음보마가 무서운 스퍼트를 발휘하여 2위로 올라섰다.
음보마는 혜성같이 나타난 400미터의 신성이다. 그런데 그녀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에 비해서 3배가 넘게 나타났다. 유전자나 외모에서 완전한 여성이었는데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남아공의 세메냐는 런던올림픽 800미터 우승자다. 그녀는 떡 벌어진 어깨의 남성과 같은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성별이 의심되었다. 염색체 검사결과는 여성이었으나 그녀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의 3배 이상으로 높았다. 논란 중에 스포츠중재재판소는 리우올림픽 800미터에 그녀가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세메냐는 리우올림픽 800미터에서도 우승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는 2019년 400미터 이상의 경기(400미터, 800미터, 1500미터)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여성은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출전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라서 세메냐는 더 이상 800미터에 출전하기 못하고 여자축구선수로 활동하면서 200미터로 종목을 바꾸어 도쿄올림픽 출전을 노렸으나 올림픽에 출전할 만한 기록을 내지는 못했다.
음보마는 400미터에서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동독 마리타 코흐의 세계기록을 깰 선수로 주목받았으나 ‘세메냐 룰’이라고 불리는 새 규정에 의해서 2019년부터 갑자기 400미터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할 수없이 200미터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400미터 전문선수로서 200미터에서 늦게 발동 걸린 음보마는 6위로 달리다 막판 50미터에서 무서운 스퍼트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800미터 신기록은 1983년 체코의 자밀라 크라토츠비로바가 세운 1분53초28이고 여자 400미터 기록은 1985년 세워진 동독의 마리타 코흐의 47초6이다. 이 기록은 한국 남자 400미터의 기록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이 기록들은 모두가 도핑검사가 철저하지 않았던 당시 스테로이드(남성호르몬)을 이용한 기록으로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아마 자연적인 여성이 이 기록을 다시 깨기는 힘들 것이다.
모든 선수의 소변샘플을 보관하기 시작한 2005년 이전의 모든 세계기록을 폐기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다. 당시 모든 도핑을 발견할 만한 기술이 없어서 많은 신기록들이 약물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400미터와 800미터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여자선수가 있다면 세메냐나 음보마와 같은 남성호르몬이 선천적으로 많은 선수일 가능성이 많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고 어떻게 보면 천연적인 도핑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는 남성호르몬이 많은 여자선수의 경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였다.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출전하였다. 장미란이 우승한 바 있는 여자 역도 최상급인 87kg 이상 체급에 출전한 뉴질랜드의 로렐 허버드는 원래 남자선수였다. 그녀는 남성일 때 뉴질랜드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다 23세 때 운동을 그만두고 2013년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로렐 허버드는 인상부분에서 자신의 신청기록을 들어 올리지 못해서 용상은 시도하지도 못하고 자동 탈락했다. 이 체급은 중국의 리웬웰이 올림픽신기록으로 우승하였다.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넘어서는 기대주였지만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았던 한국의 이선미는 아깝게 4위에 머물렀다.
로렐 허버드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40대의 나이였고 탈락함으로써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만약 로렐 허버드가 메달권에 진입했다면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을 것이다.
세메냐와 음보마와 같이 여성임에도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선수는 올림픽 400미터 800미터 1500미터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결정은 올바른 것인가? 그렇다면 육상에서 선천적으로 체격과 체력이 좋은 선수의 출전도 문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트랜스젠더의 여성대회 출전은 허용되어야 할까? 다양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