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도쿄올림픽 육상 이야기⑫] ‘신인류’ 하산과 ‘근대 5종’ 첫 메달 전웅태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8일 막을 내린 2020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1500미터 예선에서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한 선수가 넘어졌다 곧 일어났다. 이 선수는 20미터 이상 뒤떨어진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서 질주했고 오히려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바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다. 하산은 그날 밤 9시40분 열린 5000미터 결선에 출전해 14분36.49초로 우승했다.
하산은 1993년 이디오피아에서 태어나 2008년 난민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뒤늦게 육상수업을 받기 시작해서 세계적인 중·장거리 선수가 되었다. 하산은 19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500미터와 10000미터에서 우승했다.
하산의 주종목인 1500미터와 10000미터는 육상에서 아예 분류가 다른 종목이다. 중거리인 1500미터와 장거리인 10000미터는 주법부터 경기 운영방식까지 전혀 다르다. 이 다른 두 영역에서 모두 최고의 기록을 내고 있는 하산은 여태까지 없었던 신인류로 불리고 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5000미터에도 도전해서 1500미터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막상 그녀는 1500미터에서는 넘어졌던 후유증인지 막판에 스퍼트하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육상의 마지막 날 10000미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칼 루이스는 100미터, 200미터, 4x100미터 그리고 멀리뛰기를 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멀리뛰기에서는 올림픽 4연패를 이뤄냈다. 칼 루이스 외에 1936년 제시 오엔스도 100미터, 200미터, 4x100미터와 멀리뛰기에서 우승했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도 100미터와 200미터를 제패했고, 미국의 마이클 존손은 200미터와 400미터에서 우승했다. 남아공의 니케르크는 100미터 10초 이내, 200미터 20초 이내, 400미터 44초 이내의 꿈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100미터 200미터와 400미터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단거리로 분류된다. 멀리뛰기도 스피드를 이용해서 도약하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에게 당연히 유리할 수 있다. 중거리는 800미터와 1500미터를 의미한다. 800미터 세계기록을 100미터로 환산하면 12.5초, 1500미터의 경우 13.7초로 늦어진다. 장거리는 5000미터와 10000미터를 의미한다. 장거리의 경우 100미터 환산 기록은 각각 15초와 16초로 늦어진다.
1500미터와 10000미터는 아예 중거리와 장거리로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태까지 단거리와 중거리 종목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는 체코의 크로토츠빌로바이다. 198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그녀는 800미터와 400미터를 제패하였고 800미터에서 세운 세계신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400미터 기록은 역대 2위로 남아있다. 크로토츠빌로바 경우는 단거리와 중거리를 모두 제패할 수 있지만 단거리의 장거리라고 할 수 있는 400미터와 중거리의 단거리라고 할 수 있는 800미터는 비슷한 면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약물복용에 의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산의 1500미터 중거리와 5000미터와 10000미터의 동시 제패는 자연적인 인간으로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최초의 업적으로 생각된다. 이에 하산은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은 신인류로 불리고 있다.
육상 마지막 날 끝난 근대 5종 경기에 대해 약간의 코멘트를 붙인다. 육상종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근대 5종은 가장 올림픽다운 종목으로 불린다. 수영 펜싱 승마에서의 점수를 바탕으로 사격 크로스컨트리가 혼합된 레이저 런에서 마지막으로 승부한다.
남자 근대 5종 경기에서 전웅태는 놀랍게 동메달을 차지했고 정진화는 뒤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정진화는 전체 2위 그리고 전웅태는 4위로 마지막 레이저 런을 시작했다. 전웅태는 최선을 다해 3위를 차지했다. 전웅태가 동메달을 따는 순간 근대 5종 선수 출신 해설자는 눈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전웅태도 인터뷰를 눈물로 시작했다.
전웅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고, 정진화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적 기량의 선수다. 여자종목에서도 김세희는 11위, 김선우는 17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종목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닦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땀 흘리며 기량을 발휘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을 기억하고 칭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육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육상의 역사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그날의 경기보다 내가 최초로 기억하는 올림픽인 1968년 멕시코올림픽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도쿄올림픽 기간 중에 쓴 육상칼럼이 어쩌면 내 생애 마지막 육상칼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