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예선전 기적 한국, 16강전 브라질과도 용맹하게 현명하게”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황희찬, 조규성 등 선수들이 태극기와 함께 그라운드를 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는 시나리오대로 끝났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 기적을 만들었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2:1로 이기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걸 보고 일본이 매우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내심 일본이 지기를 바랬다. 일본이 16강에 진출했는데 한국이 탈락하는 상황이 괴로운 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과 포르투갈 전은 자존심을 위해서도 무조건 이겨야 했다. 우루과이와는 비겼지만 상대적 약체로 평가되는 가나에는 3:2로 진 한국에는 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포르투갈은 일찍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지만 조 1위로 16강 진출해서 최강 브라질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가나가 우루과이에 이긴다면 포르투갈의 조 1위도 위험하지만 한국은 탈락이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의 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우루과이도 16강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나는 우루과이에게 맡기자.

가나와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먼저 한 골이라도 넣으면 우리와의 승패와 상관없이 포르투갈의 조 1위가 확정되고 포르투갈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느슨해지는 틈을 이용해서 포르투갈에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 가장 한국에게 바람직하지만 확률도 매우 높은 시나리오이다.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하자.

다행히 이강인은 처음부터 선발이다. 경기 초반 어이없이 포르투갈에게 너무나 쉽게 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가슴이 철렁해진다. 갈 길이 바쁜데 길은 더 멀어졌다. 이대로 끝나면 가나 우루과이 전 승부와 상관없이 한국은 탈락하나. 이후 비슷한 점유율에서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이 이어지다 문전 혼전에서 들어간 김진수의 골이 아깝게 오프사이드가 되었다.

전반 26분 손흥민의 코너킥이 어처구니 없게 호날두의 등에 맞고 김영권의 앞으로 흘렀다. 4년전 러시아 카잔에서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골을 넣어 기적을 일으켰던 김영권은 바운드되어오는 공을 정확하게 골로 연결했다. 우리에게는 다행이지만 날아오는 코너킥이 비록 앞에 뛰는 선수들에게 시야가 가렸겠지만 어떻게 호날두의 등에 맞고 김영권 앞에 패스와 같이 흘러갔는지 그 장면을 여러 번 다시 보아도 의문이다. 유벤투스와의 초청경기에 노쇼로 한국민을 농락해서 날강두라는 별명으로 조소받고 있는 호날두가 이번에는 제대로 보답했다.

전반 초반 가나의 페널티킥을 선방해서 아찔한 위기를 넘긴 우루과이는 김영권의 골 바로 후전반 27분에 골을 넣었고 30분에 한골을 더 넣었다.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졸지에 만들어졌다. 이대로 가면 포르투갈은 지더라고 조 1위가 된다. 포르투갈이 최선을 다할 이유가 전혀 없어졌다.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한골만 더 넣으면 16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그 후 두 팀은 일진일퇴를 계속 하면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포르투갈이 특별히 수비에 치중하지 않았고, 오히려 점유율에서 포르투갈이 앞섰다. 이것은 우리에게 다행이다. 수비에 치중하는 팀을 상대로 골을 넣기는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일본이 이미 증명하였다. 우리도 ‘닥치고 공격’으로 무리하지 않으면서 탄탄하게 수비하면서 끊임없이 기회를 엿보았다. 몇 번의 아쉬운 장면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음에도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다. 길어보였던 정규시간이 어느덧 다 흘러갔다. 초조한 순간이다. 이제 기적을 기대하는 마음뿐이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정규시간이 끝나고 추가시간에서 포르투갈의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공이 손흥민 앞으로 흘러갔다. 손흥민은 거의 70미터를 질주했다. 포르투갈 선수들도 전력을 다해서 손흥민을 따라갔다. 페널티에어리어까지 골을 몰고 온 손흥민을 뒤쫓아온 3명의 포르투갈 선수들이 에워쌌다.

제 아무리 손흥민도 직접 슈팅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손흥민을 뒤쫓은 포르투갈 선수와 함께 황희찬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 선수들의 벽에서 다리사이 틈으로 황희찬에게 볼을 보냈다.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하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황희찬의 오른발에서 떠난 볼은 골문을 갈랐다.

포르투갈전이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고 선수들과 관중은 눈물로 환호했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우루과이와 가나전은 2:0인 상태로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추가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루과이가 한골만 더 넣으면 우루과이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우루과이는 계속 가나의 골문을 위협했다. 공포영화를 보는듯한 순간이 지나고 드디어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었다.

영화는 우리가 작성한 시나리오대로 끝났다. 선수들과 관객들은 이제 안심하고 눈물로 환호할 수 있었다. 16강에 진출한 일본이 이제는 부럽지 않다. 호주도 16강에 진출했지만 호주는 지역예선만 아시아 지역에 출전했을 뿐이다. 일본과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도 한국도 16강전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그동안 코로나로 찌들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경제, 암울한 정치상황에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기적을 체험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 최선을 다해 응원한 국민들 모두 함께 이겼다.

대한민국은 이제 최강팀 브라질과 16강을 치르게 된다. 브라질과 같은 최강팀과의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는 일본이 이미 보여주었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하는 것이 답이다. 사우디가 아르헨티나에서 보여주었고, 일본은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워서 이겼다. 이 새로운 전술의 원조는 대한민국이다. 4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우리가 독일을 상대로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용맹하게 싸워서 이겼던 바로 그 전술이다. 이번에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현명하게 용맹하게 선수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싸워서 또 기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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