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한국 오늘밤 가나 경기도 정신력으로 이기자
[아시아엔=김현원 팬다이머] 사우디와 일본은 카타르월드컵 우승후보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2:1로 격파하여 충격을 주었다. 사우디는 전반에 몇 번의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아르헨티나의 3골을 취소되게 만들었다. 손흥민이나 음바페와 같이 매우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공격수가 있었다면 양상은 다르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오프사이드로 헛심 쓰는 것이 두려워진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도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짧은 패스에 치중하던 독일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볼을 빼앗으며 역전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축구의 신도 이들의 편이어서 일방적인 점유율 속에서 2번의 역습기회를 살려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2: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우디와 일본은 비록 역습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운이 따랐다. 25개의 슛을 난사한 독일이 한 개의 골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누구나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승리에 베팅할 것이다. 월드컵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무기력했던 카타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란도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전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분명히 우루과이가 객관적 실력이 앞서는 팀이지만 경기는 백중이었다. 전반에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점유율에서 앞섰다. 대등한 경기를 하면서 막상막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대한민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강팀과의 대결에서 대등하게 싸운 유일한 아시아의 팀이다. 다른 아시아의 팀들과 달리 다시 우루과이와 싸워도 막상막하 경기가 예상된다.
나는 벤투를 좋아하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벤투가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수시로 무너지면서 실점을 허용하였다. 일본과의 대결에서도 참패하는데 모두가 강팀인 월드컵에서 이런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더구나 벤투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플랜B라는 전술적 유연성이 없다. 나는 이강인과 같은 번득이는 창의적인 선수들은 벤투가 절대로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인들과 축구얘기를 할 때마다 공언하였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대결에서는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 달라는 나의 바람을 들었는지 벤투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평소 무표정한 표현으로 경기를 바라보던 벤투가 아니었다. 경기 도중 열정적으로 지시하고 소리치면서 심판판정에 격렬히 항의해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 선수들에게 달려들었고, 짧은 패스가 막히면 롱패스를 시도했는데, 이것도 성공적이었다. 더구나 후반 중반 선수 교체 등에서 이강인과 조규성을 투입하면서 과거에 없던 변화를 시도했다.
축구는 기싸움이 중요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과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전반에 3골을 허용하면서 무기력했다. 하지만 심기일전한 한국은 후반전 반전을 이루었다. 후반 2골을 따라잡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클린스만은 경기 후 “후반이 5분만 더 길었더라면 독일은 졌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같은 팀과 경기를 할 때도 마음가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피지컬(체격과 체력)에서 전 세계의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필자가 어린 시절 전 국민이 거의 영양실조 상태였던 한국 청소년의 신장은 일본에 뒤졌지만, 지금은 일본을 오래 전에 추월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신장이 크다. 한국 대표팀의 피지컬은 유럽팀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런 유전적으로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어느 팀과도 1;1 대결을 할 수 있다. 정신력으로 용맹하게 경기를 한다면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브라질 대표팀을 초청했던 친선경기에서 한국팀은 5:1로 졌지만 호쾌하게 싸웠다. 일본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수비위주로 조심스럽게 싸운 일본팀은 1:0으로 졌지만 누구도 화끈하게 싸워서 진 한국팀을 비난하지 않았다. 축구는 실력을 떠나서 그렇게 용맹하게 싸워야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기대했던 홈팀 브라질이 독일에 7골을 허용하고 무너져버린 것을 기억하라. 정신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한국팀 특유의 강한 정신력으로 죽자고 달려 붙으면 그런 벌떼와 같이 달라붙는 팀을 본 적이 없는 유럽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져서 거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에서 마지막 세계 최강 독일과의 승부에서 괴력을 발휘해서 2:0으로 이겨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했다고 전 세계 누가 기억하겠는가? 하지만 그 승부는 우리의 자존심을 세웠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에 박혔다.
2번째 경기에서 사우디는 폴란드에 2:0, 일본 역시 그동안 한번도 지지 않았던 약체팀인 코스타리카에 1:0으로 져서 16강 진출 전망이 암울해졌다. 이제 대한민국의 가나와의 2차전이 다가왔다. 최선을 다해서 철저한 공격축구로 가나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만이 승리의 길이다. 필자는 50년대에 세계최빈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으로 변모하는 세계에 없었던 변화 과정을 지켜보았다.
1954년 일본을 꺾고 아시아 대표로 최초로 참가했던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달 걸려서 경기 전날 1진 11명만 맞춰서 도착했다. 간신히 유니폼만 갈아입고 임한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터키에 7:0, 그리고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에 9:0으로 대패하였다. 그러나 한국팀 골키퍼 홍국영은 100개의 유효슈팅 중 9개밖에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중 쥐가 나서 4명이 실려 나가고 7명으로 끝까지 버텼다. 한국 팀은 비록 졌지만 헝가리의 감독은 “그들은 사자처럼 용감했다. 쓰러져도 계속 일어나 뛰었다”고 칭찬했다.
대한민국의 김용식 감독은 대진표만 보고도 우리가 1승을 할 가능성이 없음을 알았다. “져도 좋다. 그러나 한 골만이라도 넣자. 그래야 전쟁 때문에 헐벗고 힘든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시원해지지 않겠나?”라는 유명한 말로 선수들과 전의를 다졌으나, 열악한 조건 탓에 간신히 그 전날 도착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하게 된 것이다.
전쟁을 치른지 일 년 만에 출전한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이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는 것을 뒤늦게 안 축구팬들은 한국 팀의 숙소에 와서 옷과 먹을 것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돌아갔다. 여비가 없는 대한민국 팀은 그 다음날 귀국길로 올랐는데, 어이없게도 참가국에 8400달러나 되는 꽤 큰 경기배당금이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 돈은 4년 후 월드컵에서 받기로 했는데 4년 후 영어를 잘 모르던 축구협회 직원의 책상 서랍에 있던 참가신청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참가신청서 분실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예선참가도 못하게 되고 돈도 어이없게 몰수당한 것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눈물 나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어느 세대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적을 보았다.
경제뿐 아니다. 한국은 월드컵은 생각도 못하고 70년대까지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대회나 태국의 킹스컵에서 우승하면 카퍼레이드를 하곤 했다. 지금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연할 정도로 축구실력도 발전했다. 당시 아시아에서도 가난한 나라였음에도 한국팀은 악착같이 싸워서 아시아의 축구강국으로 군림했다. 이제 영양실조는커녕 한국의 피지컬은 유럽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팀 오늘밤도 1954년 선배들과 같이 최선을 다해서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서 축구에서도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보자.
*김현원 필자의 직함 ‘팬다이머’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편견없는 과학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