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의 ‘오겜론’···마냥 ‘자화자찬’보다 ‘성찰’ 계기로도

<오징어 게임> 인도네시아 번역편 한 장면
“100만명이 찬성하더라도 자기가 보기에 잘못이면 당당하게 비판하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은 영원한 청년이다. 영원한 재야이기도 하다. 신문명을 꿈꾸는 장기표를 나는 끝까지 응원한다. ‘오겜’은 넷플릭스가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9부작 드라마. ‘종이의 집’, ‘브리저튼’, ‘기묘한 이야기’ 등 여러 유명 드라마들을 제치고 넷플릭스 TV프로그램 1위에 당당히 올랐다. 장기표 원장은 비판하지만, 한국 드라마, K-컨텐츠의 저력과 인기를 입증했다.” 이상은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오겜’의 에미상 석권 이후 쓴 글의 일부다. 최 국장은 이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의 글을 빌어 상찬과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엔은 장기표 원장의 글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편집자>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자랑할 일인가?

한국인이 만든 영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다. 전 세계 1억1100만 넷플릭스 구독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하고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흥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독일, 브라질, 일본 등 6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도 한다.

영국 BBC는 ‘오징어 게임 돌풍,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 아냐’라는 제목으로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돌풍은 한국 드라마가 오랜 기간 발전해 온 결과라면서 극찬했다.

이러니 국내에서도 K드라마의 세계적 진출을 기뻐하면서 극찬하고 있다. ‘1대99의 사회’를 넘은 극단적인 양극화사회에서 벼랑 끝에 몰린 ‘밑바닥 인생’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생명을 건 도박판 게임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최종적으로 우승하면 456억 원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 하나 하나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잔인성은 목불인견이다. 게임이 너무 잔인해서 게임의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 투표로 게임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왔으나 바깥세상 또한 그 게임에 못지않은 지옥이어서 다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발적으로 참여한 ‘공정한 게임’이지만, 결국은 모두가 죽게 되는 게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벌어지는 일이다. 주식 열풍과 코인 열풍 등이 그것이다. ‘벼락거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다 ‘주식도박’에 나서든가 ‘코인도박’에 나서나 결국은 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 게임’은 오늘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약간 과장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서 그것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다고 해서 칭찬만 하고 있으니,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이지만,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다고 해서 이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밝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런 해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고발해서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이 극복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수준이 그렇게 할 정도가 될 때 그 해명이 타당한 것이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더 잔인하고 더 폭력적인 사회가 되게 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더 클 때는 그런 해명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변명일 뿐이겠기 때문이다.

이 영화 제작자들보다 이 영화를 칭찬만 하는 사람들은 더 나쁜 사람들이다. 세계적 인기를 끌기만 하면 무조건 칭찬해야 하는가? 특히 지식인들이라면 이 영화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 아닌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해서, 또 재미(?)가 있다고 해서, 그 영화로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영화에서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칭찬하는 것은 이런 잔인한 사회를 더 잔인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말 것이어서 말이다.

요컨대 나는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이란 영화에 대해 비판적 지적은 없이 칭찬만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이 망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낀다.

세상이 망해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그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 그것을 즐기고 칭찬만 하고 있으니, 어떻게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만 이렇게 멍청하면 이렇게나 절망하지는 않겠는데 전 세계가 그러하니 말이다

사실 나는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정치를 하고 또 집권하고자 한다. 내가 말하는 자아실현 정치가 아니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족을 달면,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일 수가 없다. 엄청난 수치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무자비한 나라인가를 전 세계에 선전하게 되니 말이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나온 것 자체가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한국사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양극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헬 조선(지옥 조선)’을 실증하고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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