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복을 첫 동문 단국대총장으로 이끈 매력은 ‘충직’

김수복 시인이 이동순 시인에게 1976년 8월 19일

김수복(金秀福, 1953~ )은 시인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총장이다.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대구 대륜고등을 졸업한 지역 후배 시인이다.

대륜고등의 이름은 식민지시절에 대구교남학교(大邱嶠南學校)였으며 이상화 시인이 영어교사였고 교가를 지었다고 한다. 상화 시인은 교남학교 재직 시절, 일본에게 이기려면 주먹이라도 세어야 한다며 제자들에게 권투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육사 시인도 교남학교와 인연이 있다. 이 학교 출신의 문인은 시인 박해수, 이규호, 정호승, 장옥관, 서지월 등이 있는데 김수복도 대륜고등 출신이다. 국어교사 이성수 시인의 지도를 받았다. <대륜문학>이란 책자도 발간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은 해마다 대구로 와서 고교 시절의 은사 이성수 선생을 찾아 문안드렸다.

김수복 시인, 이승하 시인, 정호승 시인(왼쪽부터). 2008년 나이아가라 폭포 앞. <사진 이승하 화가 블로그>

정호승과 김수복은 서로 돈독하게 대하며 마치 다정한 형제처럼 지냈다.

김수복은 단국대에 입학해서 줄곧 모범장학생으로 장충식재단에 뽑혔다. 서사시 ‘낙동강’으로 유명한 김용호 시인의 제자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마친 뒤 1985년에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이후 신문사 주간, 학장, 교무처장 등 대학의 굵은 보직을 두루 거쳤다. 단국대 국문과를 거쳐 문창과 설립을 주도해서 전국의 많은 시인들이 그의 제자가 되었다.

박덕규, 안도현, 장옥관 등이 단국대 대학원에서 김수복 교수의 제자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수가 되었다.

또 단국대 문창과는 유능한 시인들을 초빙해서 시인 작가를 줄곧 양성하고 있다.

김수복은 진작부터 단국대 재단의 신임을 얻어 장차 단국대를 이끌어갈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고 첫 동문출신 제18대 총장이 되었다.

시집으로는 <지리산 타령>, <달을 따라 걷다> 등이 있다. 시론집도 발간했는데 <상징의 숲>,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이 그것이다. <윤동주 평전>도 발간했다.

모든 일에 충직하고 신실한 것이 김수복의 상징이다. 일찍부터 장충식재단의 특별한 지목을 받았다. 자주 만나거나 소식을 나누진 않지만 어쩌다 마주치면 늘 활짝 웃는 얼굴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인사했다.

이런 매너와 대인관계가 오늘의 김수복을 만들었으리라. 김수복을 만나지 못한 지가 오래 되었다. 한때는 페이스북에도 열심히 글을 올렸다. ‘양재천 일기’라는 연재물이 그것이다.

오랜 만에 김수복의 엽서를 찾아 읽으니 너무 정직하고 밋밋한 글이라 싱겁다. 하지만 그의 충직함이 느껴진다.

김수복 시인

이동순 님,

그동안 군 복무에
아무런 별고 없으십니까?
전번에 살뜰한 편지를 받고
항상 마음에 두고 있음에도 차일피일하다
그만 답신을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복무하시느라
얼마나 수고하십니까?
저는 방학이라 대구에 내려와 쉬고 있습니다.
곧 개학이라 상경합니다.
한번 찾아뵙고 많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습니다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요.
그럼 항시 시운(詩運)의 왕성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1976년 8월 11일

김 수 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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