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아시아불교⑦] 이슬람국 말레이시아···중국계 중심 국민 20%가 불자
, 조준호, 김홍구, 송위지, 양승윤, 이병욱님과 홍사성 편집인 겸 주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편집자)
[아시아엔=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인도네시아 가쟈마다대학교 초빙교수, <인도네시아사> <Budaya Spirit dan Politik Korea>(한국의 정신문화와 정치) <작은 며느리의 나라, 인도네시아> 등 저자] 말레이시아는 믈라유족 이외에도 중국계와 인도계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공존하는 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100년 식민통치를 벗어나 독립하면서 신생 독립국가에서 정권을 책임지게 된 믈라유계 지도자들은 중국계와 인도계 주민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결단을 하였다. 이들 중국계와 인도계 주민은 영국 식민통치 시기인 20세기 초부터 중반 이전에 말레이반도로 대거 유입되었다.
주석광산에서 일한 중국계는 무역과 금융, 상업과 유통 쪽으로 발판을 굳혔고, 고무농장으로 몰려들었던 인도계는 점차 사회 직능분야로 파고들었다. 기관차 운전기사 등 특정 기술 분야와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회계사, 보석감정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여 종족 분규에 휘말리지 않을 독자적인 분야로 진출하였다. 인도계 주민들이 주로 맡아 하는 환전상(換錢商) 같은 소시민 금융업이나 점성술사 같은 직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태국 다음으로 전체 인구 대비 중국계 주민이 많은 나라다. 이 나라에는 중국계 정당이 있고 믈라유계와 인도계와 더불어 거대한 연립여당을 형성하고 있다. 2010년 인구 센서스에에 따르면 전체 인구 2833만명의 23.4%인 663만명이 중국계였다. 2017년 추계도 나와 있는데, 인구 3130만명에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73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주로 삐낭(Penang),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조호르(Johor), 뻬락(Perak), 슬랑오(Selangor), 사라와크(Sarawak) 등에 군거한다. 쿠알라룸푸르와 슬랑오는 금융 중심지이며, 삐낭과 조호르는 무역항이고, 뻬락과 사라와크는 광업(鑛業) 중심지다.
불교는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교 다음으로 비중이 큰 종교다. 주로 중국계 국민이 불교를 믿는다. 불교도의 분포를 나타내는 다양한 수치가 있는데, 약 20%를 중심으로 적게는 19.2%부터 19.8%까지, 많게는 21.6% 등 여러 통계가 있다. 2017년 인구(공식 추계) 3130만 중 약 23%가 중국계인데,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불교도인 셈이다. 중국계 중에도 당연하게 비불교도가 있듯이, 이 나라의 불교도에는 소수의 태국계 말레이시아인을 비롯하여, 스리랑카계와 미얀마계도 포함되어 있다.
다종족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정치적으로 짜 맞춘 종족 간의 화합구도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종족 문제나 종교 문제를 깊게 다루는 조사나 연구를 법률로 금하고 있다. 대부분의 세밀한 통계는 외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면 된다. 2017년 추계를 다룬 최근 통계에는 50.1%가 믈라유족, 22.6%가 중국계, 11.8%가 원주민, 6.7%가 인도계, 그리고 기타 종족이 8.8%로 나타나 있다. 이 중에서 원주민들(주로 사바의 카다쟌족과 사라와크의 이반족)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서 믈라유계 국민의 숫자를 늘리는데 활용되었다. 종교 분포로는 61.3%가 이슬람, 19.8%가 불교, 9.2%가 기독교, 6.2%가 힌두교, 그리고 나머지 3.4%가 토속신앙 등 여타의 종교를 신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국민이 주로 신봉하는 이 나라의 불교는 중국의 도교(道敎)와 원시불교인 마하야나가 혼합된 형태이다. 중국계가 집단으로 거주하는 삐낭 섬에 켁록시(Kek Lok Si)라는 사원이 있다. 극락사(極樂寺)다. 웅장하고 세밀함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켁록시는 동남아를 대표하는 불교 사찰 중 하나인데, 1890년 시작하여 1905년까지 축조하였고, 다시 1930년까지 보완하였다. 이 사원은 초기 말레이반도로 건너오기 시작한 객가(客家) 출신 기업인들이 만들었다.
객가 사람 중에는 독실한 불교도이자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기업인 겸 정치가로 탄쳉록(Tun Dato’ Sir Tan Cheng Lock, 1883~1960)이 있다. 우리말 표기 한자로는 진정록(陳禎祿)인데, 그는 오늘날의 말레이시아가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던 1949년 말레이중국인협회(MCA: Malayan Chinese Association)를 결성했다. 그리고 말레이계 지도자들과 끈질긴 협상을 통하여 종족 간의 정치적 대타협을 이루어내어 다민족국가를 위하여 화합과 융화를 추구한다는 최선의 차선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