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원로가 부처님오신날 회한에 젖는 까닭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일까? 한 점의 후회 없이 살고 싶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회한(悔恨)에 젖는 연유는 무엇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보통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첫째,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가난하게 산 사람이든 부유하게 산 사람이든 죽을 때가 되면 ‘좀 더 주면서 살 수 있었는데’ 라고 말이다. 긁어모으고 움켜쥐어 봐도 별 것 아니었다. 왜 좀 더 나누어 주지 못했고 베풀며 살지 못했을까? 참으로 어리석게 살았다.
둘째,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쓸데없이 행동했는지? 당시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좀 더 참을 수 있었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참았더라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 텐데, 참지 못해서 일을 그르친 것이 못내 후회가 된다.
셋째,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왜 그렇게 빡빡하고 재미없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짜증스럽고 힘겹고 어리석게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얼마든지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삶을 살았던 것에 대해서 진정으로 참회(懺悔)한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건 ‘베풀고 사는 인생’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젓갈할머니’ 유양선(65)님이 계시다. “공부 혀! 돈 걱정 말구” 하면서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증했다. 유난히 각박하고 을씨년스러웠던 지난 한해를 마감하면서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어가는, 평범하지만 소금 같은 어르신이다.
“옛날 김장때면 하루에 새우젓 열 네 드럼도 팔았어. 지금은 김장들도 안하고, 젓갈도 안 먹으니 하루 종일 팔아도 이문이 남질 않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25년째 젓갈을 파는 유양선님은 장사가 시원치 않다고 푸념이다. “많이 벌어야 책을 많이 사서 아이들에게 보낼 텐데···세상 일이 마음 같지 않다”고 한다.
가정형편 때문에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전국 각지 초등학교에 책을 사 보낸 지 15년째. 그동안 보낸 책들이 어언 3억여원 어치에 이른다. 이렇게 보내는 책 앞장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충남상회 유양선 드림’이란 글과 함께 “학생여러분! 공부는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 시절에 배우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후회하게 됩니다”라는 문자를 찍어 넣는다.
책만 보낸 게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평생 걸려 장만했던 광명시의 4층짜리 건물을 고향인 서산 한서대학교에 장학기금으로 써달라고 기증했다. 할머니는 “흥정을 붙여본 적도 없는데 그 돈이 얼만지 어떻게 알아?” “그래도 그거 장만하느라 평생 안 먹고 안 쓰고, 집 사고팔기를 몇 번이나 했어”라고 하신다.
아무튼 이 일로 유양선님은 유명인사가 됐다. 노란색을 별나게 좋아해 당신의 별명도 ‘노랑아가씨’라 불러달라는 유양선님은 “도와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어 고민이라고 한다. 수입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누가 아까워 물로만 세수할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밴 ‘노랑아가씨’는 “할머니처럼 남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가 주류인 어린이들의 팬레터를 꺼내 보이면서도 한 학급 30여명의 편지를 한 봉투에 넣어 보낸 어린이들의 ‘절약정신’을 먼저 칭찬한다.
이렇게 베풀고 사는 인생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기 이전에 ‘되어 주는 것’이 세상을 잘 사는 법이다. 좋은 친구를 찾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돼 주고, 좋은 사람을 찾지 말고 좋은 사람이 돼 주는 것이다. 또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슬프지 않은 사람도 없고, 힘들지 않은 사람도 없다. 또한 눈물 흘리지 않은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또 고민 없는 사람 없고, 삶의 무게가 힘겨운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우리들이 베풀고 사는 인생을 영위하려면 인격을 도야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다른 사람의 훌륭한 인격을 본받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더 나은 것으로 개선하고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베풀고 살 수가 없다.
인간의 마음 속에 욕망이 있어서 서로 질투와 시기가 생기고 비방하는 마음이 생긴다. 부처님은 인간으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그 마음을 극복하신 분이다.
우리 타인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고장이 나면 스스로 고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돌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삶의 방식이 되어야 베풀고 사는 인생이 된다.
인생은 긍정적·적극적·정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살면, 우리가 어려움에 봉착해도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된다.
인생에 예행(豫行)이 없다. 보시(布施)이상의 공덕은 없다. 누구나 베풀고 살 수 있다. 정신·육신·물질 세 방면으로 베풀면 된다. 그것이 내생에 잘 나서 잘 살아가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