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선생 떠올리며 57년만에 다시 보는 시 ‘산사에서’

[아시아엔=배재욱 시인, 변호사] 시를 받아 보는 분들이 자작시가 있을 것 같으니 보내달라는 말씀들을 하신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사춘기 시절에 만들어 본 시들이 제법 있었지만, 50년 이상 손 놓고 있는 사이에 거의 멸실되고 몇점 남아있는 것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작품 하나를 건졌다.

경남중학교 졸업 후 한해 쉬고 있던 1960년 12월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응모하여 최종심 3편 중의 하나로 뽑혔던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셨던 가람 이병기 박사께서 꽤나 칭찬을 해주셨다. 부끄럽지만 너그러이 봐주시면 고맙겠다.

 

산 사 에 서

좁다란 오솔길은

쉬어 가도 숨이 차고

하늘은 고요에 겨워

잿빛으로 아스라하다

세월을 먹었더라는

퇴색한 이 단청

담너머 옹달샘은

상기 만월을 못 잊는가

미소로운 얼굴하고

마당 쓰는 저 동자승

용케도 어린 나이에

사바세계를 잊었고녀

영원스런 미소 품고

향연속에 잠긴 부처님

오염된 세속잡물도

이 자리선 명경지수

어느새 두손 모우고

합장하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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