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이후] 직언하다 물러난 유진룡 그리고 등소평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박근혜는 끝까지 답답하고 딱하다. 파면되었으면 그길로 청와대를 나왔어야 한다. 오전 11시21분에 선고를 들었으면 곧 소지품을 챙기고 정오에 주요 보좌진과 식사를 하고 오후 1시에 떠나오는 것이다. 박정희의 딸로서 자긍심이 있었으면 이렇게 했어야 한다. 육사 출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박근혜는 평생을 청와대에서 살다시피 했으면서 왜 이런 당당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박근혜에 직언하다가 물러날 때 모두들 쉽지 않은 자세라 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으로서 어렵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이 옛날처럼 군신관계는 아니지만 상관을 모시는 자세는 예나 이제나 이것이 기본적이다.
황교안 총리에 대해 박근혜 정부 잘못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영의정을 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2인자의 처신은 어렵다. 1950년대 초에 모택동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간부가 모여 항일전 승리를 그린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난 등소평이 “왜 모 위원 만세만 부르고 주 사령 만세는 부르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것이 역사다”라고 덧붙였다. 모 위원은 정치위원 모택동이고 주 사령은 주덕 총사령이다. 중공에서는 당이 군을 영도한다. 이것은 철칙이다. 그러나 정치위원과 사령원은 二人一體로 움직여야 한다. 홍군의 군사 지도자로서 주덕(朱德)을 제외하고는 항일전 승리를 논할 수 없다. 당시는 모택동 신격화가 시작될 때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등소평은 진실을 말한 것이다. 모택동은 속이 뒤틀렸겠지만 이런 등소평을 내치지 않았다. 이러한 등소평이 있었기에 오늘의 중국이 있는 것이다. 과연 그 등소평에 그 모택동이다.
박근혜는 모택동이기에는 턱도 없다. 이번에 만천하에 밝혀진 바이지만, 그녀는 한갓 평범한 아녀자다. 그러면서 쓸데 없이 고집은 세다. 기분이 상하면 말도 없이 레이저를 쏘아댄다. 이 앞에서 충언을 할 장관, 수석이 없다. 총리는 이러한 가운데서 내각을 통할해야 한다. 이만큼이라도 끌고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황 총리를 칭찬했어야 한다.
수하가 아닌 여당의원들은 더 간곡하게 박근혜에게 충언을 했어야 한다. 야당도 더 신랄하게 박근혜를 비판했어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무책임하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황교안 대행에게 박근혜 정부의 모든 안보정책을 즉시 재검토하라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여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를 중지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추 대표는 법률가로서 계약이 무엇인가를 모르는가? 이것은 한국정부와 미국정부 간에 합의해서 진행 중인 사안이다. 한국은 세계의 일류 조수미·백건우와 공연계약을 해놓고서 설명도 하지 않고 끊어버리는 중국과 같이 움직일 수는 없다. 그같은 몰상식으로 세계를 이끌어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