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무기력했던 유럽에 어떤 영향력?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91년의 걸프전쟁은 세계를 진동시켰다. 월남전에 실패한 미군이 1980년대의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군사력으로 생성된 것이 드러났다. 러시아, 중국이 압도당했다. 김일성이 핵무장에 박차를 가하게끔 하는 계기도 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군비건설의 목표는 600척 해군으로 집약된다. 그 중심은 12개 항모전단이었다. 1차대전 후 군축협상에서 일본은 야마모토 겐베에 해군대신이 대표였다. 그는 미국:영국:일본의 해군력을 5:5:3으로 수용하였다. 미국에서 무관을 지낸 그는 미국의 가공할 만한 산업생산력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함대는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태평양에서 일본은 미국의 60%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다.
오늘날 태평양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호주와 합세하여 이를 봉쇄하려 한다. 최신예 줌월트 구축함이 한국에 배치된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 해군력의 현시(顯示)를 상징한다. 제주 전략기지와 평택 2함대 기지가 연결되어 서태평양에서 미국 해군력의 거점이 된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와 더불어 줌월트의 한국 배치를 중국의 동의를 얻어 배치하지 않는다. 중국이 랴오닝을 배치하든, 제2의 항모를 건조하든 무어라 항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동의를 얻으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대로 대비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는 자는 한간(漢奸)이나 다름없다.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은 유럽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불평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유럽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데 유럽은 손을 놓고 있다. 동서냉전 시대에도 유럽은 미국과 영국에 맡기고 있었다. 유럽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EU가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 독자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정도다. 즉각 가용한 것은 소규모의 기동군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어도 유럽은 손을 전혀 쓰지 못했다. 군사력의 용도는 아직 적지 않은데 유럽은 여전히 몸을 사린다.
트럼프는 이러한 유럽에 자기 몫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초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과시하는 의의가 컸다.
대한민국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일자리 창출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부산의 아들, 호남의 사위’ 안철수의 인터뷰를 보았다. 기껏해야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자기 살 깎아먹는 식의 생각이나 영호남 지역감정을 완화시키기는커녕 조장·악화시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과는 다른 종류의 정치인이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전문가의 보고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장관들에게 “대면보고, 그것이 필요해요?”라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하는 박근혜와 비교하여 너무도 대조적이다.
세계가 놀라는 IT의 발전이 오명 장관과 함께, 바이러스 백신을 온 국민에 무상으로 나누어준 안철수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현재의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인은 광장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안철수의 입장은 모두 심각하게 경청해야 한다.
지금 맞고 있는 도전과 과제는 차원이 다르다. 다음 세대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종전과 다른 차원의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