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주적개념’, 어제와 오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왼쪽)과 조성태 전 국방부 장관

주적개념 첫 도입은 조성태 전 국방장관···남북국방장관회담서 북한 문제제기 ‘논란’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조성태 전 국방부 장관은 주적개념을 만들었다. 최초에는 다소 혼선이 있었다. “주적(主敵)이 있으면 부적(副敵)이 있느냐”고 이죽거렸다. 통상 영어로 ‘적대적 상대’는 ‘adversary’라는 용어를 쓰고 ‘적’은 ‘enemy’로 쓴다. 잠재적·가상적이라는 말은 있지만, 주적이란 다분히 만든 말이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주적이라고 정의했다. ‘작계 5027’은 연합사령부에서 가지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작전계획이다. 현재는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작계 5029’, 전쟁에 미치지 못한 사태(short of war)에 대응하는 ‘작계 5030’도 발전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 청와대 안보수석은 이종석이었다. 이종석은 책에 실린 김일성 사진이 틀렸다고 지도교수를 공박하여 유명해진 북한 전공학자였다. 이종석은 안보회의를 사실상 주재할 뿐 아니라 대통령에 올리는 회의록 정리도 책임졌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민정수석, 비서실장이었지만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이종석에 비해 별로 역할이 크지 않았다.

안보회의 참석자는 통상 개별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 안보수석실에서 정식 회의록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송민순 장관같이 자세하게 기록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 문제다. 영국 내각에서는 회의록을 우리 국회 발언같이 일일이 기록하지는 않는다. 내각의 cabinet secretary가 의사록(minute)으로 정리해둘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집단책임을 지는 내각의 결론이지 누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최초로 주적개념을 문제삼은 것은 2000년 9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참가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었다. 송민순 당시 외무부 북미국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김일철은 모두발언에서 “남북간 적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것을 국가 공식문서에 올리는 것이 적합하냐”고 했다. 바로 3개월 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임동원은 ‘여기에’ 아차 했다.

이후로 주적개념을 삭제하고자 하는 것은 임동원과 김대중의 집요한 목표가 되어 왔다. 장관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임동원과 조성태는 전략개념을 정립한 ‘80위원회’ 시절부터 군에서 유명한 콤비였다. 그런데도 조성태 장관이 교체된 것은 이것이 주요원인이었다. 뒤를 이은 김동신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서해교전의 실패는 명분이었다.

다행히도 이들은 실무자에게 검토해보라고 했지 당장 삭제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이들의 지휘 중 각별한 일이었다. 이들은 주적개념은 남북대화가 진행될수록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남북대화는 “We agreed to disagree”라는 협상의 본질을 명확히 하면서 주적개념을 명확히 하는 차원의 외교안보 전략가만이 추진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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