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사진=AP/뉴시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은 기습받은 일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하지 않는다. 첫째, 일본의 진주만 습격이다. 둘째, 아랍권의 9·11테러다. 기습을 받는 것은 국가 및 군 지도층의 수치다. 미국의 그레나다 공격을 영국 대처 수상은 <BBC> 6시 뉴스에서 처음 알았다.

미국과 영국은 피를 나눈 특수관계다. 나토의 동맹과도 다르다. 프랑스, 독일과도 공유하지 않는 비밀을 영국과는 공유한다. 그런데도 레이건 대통령은 그레나다공격을 대처에도 알려주지 않았다. 군사보안 문제가 있다는 군 지휘부의 건의에 따라서다. 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 한미는 혈맹이다. 가히 미국과 영국만큼이나 공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을 뛰어 넘는 일을 할 수 있다.

미국은 1994년 김영삼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 미연에 그친 일을 기억한다. 앞으로도 미국은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다. 미국은 이런 일은 아예 한국과 협의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부 및 군사 통수부(NCMA)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한미연합사를 개입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CFC를 넘어서 태평양사령부의 전력을 동원하면 한국은 뭐라 할 수 없다.

북한 핵에 중국의 협조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중국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후에 벌어지는 사태, 예를 들어 대북선제공격에 대해서 미국을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최종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북한 핵이 아니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키신저 이래 성장한 중국이 주변국을 조공질서로 편입하려는 것이다. 한국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용납할 수 없는 개입은 미국이 중국을 손보아줄 수 있는 명분을 벌었다. 센카쿠 열도의 방위가 미일안보조약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은 미일안보동맹이 대중 전쟁을 위한 채비를 마쳤음을 과시한다.

한국은 마비상태다. 대통령이 궐위되었고 황교안 총리는 권한대행이다. 미국이 협의를 해볼 수 있는 것은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정도다. 미국은 메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을 보내 최소한의 필요한 협의는 마쳤다고 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 집중되고 있는 전략자산이 미국의 의도를 말해준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 즈음해서 미국의 행동은 걸프전과 같이 기민하고 단호할 수 있다. 공격개시 직후 안보실장에 대한 전화 한통으로 모든 것은 시작되고, 동시에 끝난다. 어차피 북한 핵과 대중관계는 결말을 지어야 할 과제다. 차라리 트럼프가 있을 때 사단(事端)이 나는 것이 좋다. 이승만 대통령이 구축한 한미동맹 결과로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빼고 제2의 얄타를 꾀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새로 구성되는 국가적 리더십의 과제는 북한 복구와 통일과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