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보고’ 싫어하는 박근혜, 온국민과 ‘데면데면’…최순실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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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홍주 대중문화평론가] 얼마 전 재미난 유머 하나가 SNS를 즐겁게 달궜다. 내용은 이렇다.

[속보] 청와대의 비아그라 대량 구매이유는 박근혜대통령이 대면보고 대신 항상 서면(?) 보고를 하라고 해서…

[기사] 검찰에게도 서면(?) 조사를 하라고 하니 검찰에서도 망설이는 것 같고 어쨌든 고강도 사정(?)을 하려면 필요한 것 같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 협조불가 입장이 전해졌고, 특히 세월호 7시간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11번의 서면보고만 이루어졌다는 청와대의 발표도 우스운 변명으로 들린다. 아마도 서면보고 받은 그 서면을 다시 최순실에게 서면으로 보고하고, 그 다음 최순실로부터 체크를 받은 서면을 또 다시 받아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다단계의 소통구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어떤 때는 대면보고보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 할 때가 편할 때가 있어요. 국무위원님들 대면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눈웃음을 치며 말하기도 했다.

어이없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우리민족의 최대 문화유산인 한글, 그중에서도 순우리말 가운데 ‘데면데면하다’ 라는 형용사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성이 없고 어색하다는 뜻’이다. 그 예시로 ‘홍길동과 나는 예전에 몇번 마주친 적이 있었으나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얼마 전 인터뷰 기사에서 ‘데면데면하다’란 형용사를 발견했다. 여기 나오는 3명의 실

명은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김수미는 싸이와 반갑게 인사한 반면, 박명수는 싸이와 어색해했다. 박명수는 “노래 좋다”면서 어색해했고, 싸이는 악수를 건네며 “볼 때마다 데면데면하다”고 말했다.

박명수는 “선생님 계셔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싸이는 실제처럼 리허설을 했고 박명수와 김수미는 감탄하며 무대를 지켜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안한 이유가 국무위원들이나 참모들과의 사이가 ‘데면데면’해서였을까? 정말 그랬을까? 최순실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는 ‘데면데면’ 했을까? 5천만 국민들도?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 ‘미르’ 라는 순우리말이 자주 회자되었다. 미르는 용(龍)의 순우리말이며 임금이나 왕, 황제 같은 최상의 권력자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미르재단은

왕의 재단 또는 대통령의 재단이라는 숨겨진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광화문 촛불시위의 중앙 무대가 세종대왕의 동상 바로 앞이다. 즉 무대 뒤에는 인자하신 모습의 세종대왕께서 근엄하게 내려보며 앉아계신다. 한글을 만드신 여러가지 목적 가운데는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이 서로서로 데면데면하지 말고 한글을 통해 잘 ‘소통하는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뜻이 당연히 포함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는 방법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전달과 소통과 공유’ 등 세가지 뜻이 모두 담겨있다. 그만큼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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