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광화문 촛불집회서 부른 ‘조율’ 우리도 한번 해냅시다
[아시아엔=이홍주 대중문화평론가]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 노래의 제목과 가사처럼 이루어졌던 지난 주말 광화문. 무대에는 ‘한영애’라는 걸출한 아티스트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 ‘조율’은 수많은 시민들에게 뜻 깊은 의미를 전달해 주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60세인 한영애는 30·40대 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주호 유익종의 해바라기’ 이전의 ‘해바라기 1’ ‘해바라기 2’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정선 이광조 등과 함께 ‘우리네 인생’ ‘지금은 헤어져도’ ‘꿈꾸는 백마강’ 등을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솔로로 활동하면서 ‘누구 없소?’라는 빅히트곡과 ‘코뿔소’ ‘건널 수 없는 강’ 등의 노래로 폭넓은 층을 확보한 아티스트다.
한영애는 리듬을 드라마틱하게 잘 타는 가수다. 노랫말과 멜로디가 합쳐지는 과정이 마치 서로 다른 두 색깔이 합쳐지는 듯한 짜릿한 느낌을 주며, 객석의 관객들에게 또하나의 동반자 같은 느낌을 즉각적으로 전해주는 놀라운 힘을 가진 가수다.
귀에 짝짝 달라붙는 노래를 잘도 부른다. 예전에 한영애의 콘서트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필자가 느꼈던 소감을 <아시아엔> 독자들과 공유해보자.
피아노가 있는 가정에서는 1년이나 2년에 한번 정도 ‘조율’을 한다. 피아노 건반을 치면 그 건반 아래 연결된 작은 나무망치가 피아노선을 쳐서 그 울림으로 소리가 나는건데, 오래 그냥 놔두면 장력이 줄어 들어 조금씩 미묘하게 느슨해진다. 다시 말해서 뒤틀리게 되고 정확한 음의 고저와 음계의 소리를 못 내게 된다.
기타의 경우는 훨씬 더 심하다. 몇 달 동안 그냥 내버려둔 기타를 다시 치면 기타 줄의 장력이 느슨해져서 한참동안 조율 또는 튜닝을 해서 제대로 된 정상적인 음높이를 찾아야 하는 이치와 같다.
매우 단순한 멜로디와, 마치 동요 같은 단순한 리듬의 노래 ‘조율’. 이 노래는 하늘님에게 하늘빛으로 세상을 조율해달라고 하는데…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반복)
뒷부분의 8소절은 대여섯 번 반복되며 계속 하늘님을 깨우면서 진실을 외면한 것들에 대해 이들을 조율해 달라는 부탁으로 이어진다. 또한 마지막 2소절은 “조율 한번 해냅시다”로 마무리 한다. 조율(調律)이란 의미는 서로 다른 의견을 알맞게 맞추는데 있다. 좀더 확대해석해 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를 판단해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정상이 아닌 것들로 둘러싸인 세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달라는 ‘정상으로의 조율’인 것이다.
기타의 조율과 관련해 더 살펴보자. 너무 느슨해진 기타줄을 조율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기타줄이 끊어지기도 한다. 조심조심 기타줄을 당겼건만 그렇게 되기도 한다. 특히 오랫동안 내버려둔 낡은 기타줄은 자주 끊어지는데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그 줄을 이어서 기타를 치는 사람도 없을 것이며 더욱이 5줄로 기타를 치는 사람들도 없다. 새 기타줄을 바꿔 끼우는 방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