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청문회’ 국회 특조위원 이것 3가지는 꼭!
혹시나 기대, 역시나로 끝날까?
[아시아엔=이홍주 대중문화평론가] 국회청문회를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되면 언제나 ‘신입사원 취업설명회’나 과거의 ‘땡전뉴스’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번 청문회도 그런 예감이 틀리지 않다면, 그리고 질의자인 국회의원들의 준비가 부족하다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예를 들어본다. 어느 기업의 채용면접 시간. 여러 명의 응시자들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고 역시 다수의 면접관이 질문을 한다. 신입사원 면접에서는 응시자가 갖고 있는 관심·열의·지식·직장동료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 그리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투철한 의지 등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청문회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청문회와 같은 ‘질의 응답’이라면 어떡할 것인가.
문 어느 대학 어느 과 나왔어요?
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문 졸업 성적이 어떻게 되나요?
답 모릅니다.
문 앞으로 열심히 일할건지 아닌지 ‘예’ ‘아니오’로 답해보세요?
답 예.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이 세상엔 말을 잘 하는 사람과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인들은 말을 잘 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지극히 정상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10분 동안 말을 해도 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이 30초만 넘게 발언을 해도 중간에 끊고 들어온다.
‘최고의 권위’ 전통의 ‘대종상시상식’이 얼마 전 파행을 겪었다. 근본적으로 다수의 영화인들이 시상 근거와 선정방식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실제 어떤 영화제에서는 자신의 수상이 결정되지 않아 시상식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불참한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청문회와 유사점이 많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점에서 말이다.
전국적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국회청문회. 그런데 제한된 시간 내에 효율적인 질의 응답으로 청문회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많은 국민들이 대부분 다 아는 사실의 반복되는 해명, 호통치며 증인 훈계하기, 준비가 부족해 별 의미 없는 질문들의 나열이다. 가장 효율적인 청문회는 증인을 야단치고 자기자랑을 늘어 놓는 게 아니라,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통해서 질문을 만들고 증인으로 하여금 솔직한 답변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그중 하나를 잡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거기서 꼼짝달싹 못하는 논리적 잘못을 찾아내는데 있다.
그 현장에 증인으로 나온 ‘돈이 정말 많은 사람들’, ‘막강한 권력주변의 사람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시나리오를 짜서 연습하고 나온다. 각 항목의 질문에 따라 “기억이 안 난다” “만난 적 없다” “한푼도 안 받았다” “여기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 등등의 사전 리허설을 하고 나온다. 약간의 시간만 잘 넘어가면서 조금 창피만 당하면 될 것이라고 충분히 준비하고 나오는 것이다.
방송 토크쇼에서 인터뷰를 잘 하려면 좋은 질문을 통해서 출연자로 하여금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를 길게 하도록 끌어내는데 있다. 그 중 하나를 콕 잡아서 이야기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방송아카데미에서 강의하며 매우 여러 번 강조했던 일반적이면서도 상식적인 방식이다.
청문회에서 질문 패널로 참여할 국회의원들에게 꼭 부탁드릴 것이 셋 있다.
1.자기 자랑하지 말 것
2.호통이나 야단치기는 아주 짧게
3.증인들의 ‘설명형 답변’ 유도 질문?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