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42] 한팔 잃은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 연주가 빛난 뒤엔 그가 있었다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은 1930년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은 왼손만으로 연주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듣는 이에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아시아엔> 독자께서 이 곡을 감상한다면 단순히 왼손만으로 연주한 피아니스트에게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곡을 작곡한 모리스 라벨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목록에도 선정된 바 있는 이 곡은 자신이 아끼는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치명적인 결핍을 발견한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왼손만으로도 아름다운 연주가 가능한 피아노곡을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의 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무엇인가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핍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곧 창조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각이나 문화 등 눈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난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가 오며가며 접하는 창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는 창조가 특정인의 영역이거나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결핍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며 어쩌면 결핍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창조가 어려운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관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관심은 분명히 무엇인가의 결핍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찾으려 하지도 않고 찾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창조와는 담을 쌓고 지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창조와 담을 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적인 측면에서 창조와 담을 쌓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족한 점을 찾지 않는 것은 물론, 부족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선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조직적인 측면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결핍을 찾지 않고 발견된 결핍이 있더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행동 대신 타성과 매너리즘 그리고 무사안일주의에 안주했던 조직의 결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극적이다.
그렇다면 창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결핍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주인이 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결핍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 자신에게 부족한 점들이 보이게 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주인이 되는 순간, 그 일을 하는데 있어 부족했던 점들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당신이 무엇인가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우선 당신의 삶과 일에 있어 주인이 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