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44] 미로에서 빠져나오려면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방향만 잃지 않으면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침반도 있고 지도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목적지가 있는 방향만 확인한 채 미로(maze)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을 것으로 여겨지는 길도 보였다.
미로에 들어서기 전 확인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여러 갈림길이 나왔고 선택은 필자의 감(感)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는데 목적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지나왔던 곳을 다시 지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가고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쯤 되니 필자와 비슷한 상황, 즉 미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도 귀에 들어왔다. “분명히 이 길이 맞는데” “이쪽이라니까”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그런데 대부분 이런 말들은 미로를 빠져나와 목적지를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말한 사람들을 미로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로에서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먼저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지도를 펼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들어선 후 한참을 헤매다 지도를 펼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를 모르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지도가 없다면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자신이 선택했던 길을 표시하라고 권하고 싶다. 만일 자신이 선택한 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되돌아와서 이전에 선택한 길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처한 상황을 이미 경험했고 실수도 해봤으며 장애물이 있다면 이를 극복해서 목적지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반대로 미로 속을 당신과 같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당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오락이나 관광용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미로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이나 일을 하면서 빠지는 미로에도 적용된다.
삶과 일에 있어 당신이 생각하는 목적지까지 가고자 한다면 첫째, 이와 연계된 목표와 단계 그리고 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그려야 한다. 일종의 비전 맵(vision map)이다. 기존에 그려진 지도가 있다면 다시 한번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가는 길이 어렵거나 복잡해 보여도 사전에 지도를 살펴보고 연구한다면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자신만의 성찰노트를 마련해야 한다. 삶이나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처하거나 장애물에 봉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유사한 난관이나 장애물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과거의 실수나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셋째, 앞서 간 이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선생님, 선배, 상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료나 후배에게도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집이나 자만으로 인해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이 혹 미로 속에 갇혀 있거나 미로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앞서 제시한 방법들을 고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