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39] 육군 학사장교 27기에 ‘헌혈 바람’ 몰고온 것은?
당신의 일에는 의미·재미·흥미?세 가지 맛이 녹아있는가?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헌혈 릴레이를 펼치고자 합니다. 헌혈을 통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고 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며 헌혈증 기부를 통해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임관 20주년 기념행사가 예정된 올해 7월전까지 현역 및 예비역 장교 동기생 1455명의 헌혈과 함께 헌혈증을 모아 기증했으면 합니다.”
위의 글은 얼마 전 필자가 속한 대한민국 육군 학사장교 27기 총동기회 SNS에 동기생 한 명이 이벤트를 제안하는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올린 글이다.
이렇게 불현듯 시작된 헌혈 릴레이는 헌혈한 동기생이 헌혈 인증사진을 SNS에 탑재하고 헌혈을 이어나갈 동기생 5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동기생들이 자신의 헌혈 인증사진을 보내왔고 자발적인 동참의지를 표현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필자 역시 인증사진과 함께 5명의 동기생을 지명했다.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이 과정에서 중복으로 헌혈을 지명받은 이들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명받은 횟수만큼 헌혈해야 한다”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기준도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혈은 2달이 지나야 다시 할 수 있지만 성분헌혈은 2주만 지나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한 동기생은 “그렇다고 자신을 다시 지명하지는 말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당분간 동기들의 연락을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재치있는 글도 동기생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헌혈 릴레이가 어떻게 동기생들의 공감을 얻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확산되는 상황까지 만들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에는 세 가지 맛(三味)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첫 번째 맛은 의미(意味)다. 어찌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미와 사회적인 의미까지 부여했다. 의미가 명확하고 이에 대해 공감이 된다면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 맛은 흥미(興味)다. 흥미는 관심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관건이다. 의미에는 공감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막상 나서는 이가 없다면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불과 이틀 만에 동기생 한 명이 올려놓은 단 한 장의 헌혈증 사진이 그 역할을 했다.
세 번째 맛은 바로 재미다. 참여하면 의미는 물론 재미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온라인상에서 주고받는 대화들은 재미도 있을 뿐더러 그동안 소원했던 동기들과의 연결고리도 되고 시간을 거슬러 20여년 전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계기도 되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행으로 옮겨지는 모습은 비단 특정조직이나 이벤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제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 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는 의미, 흥미, 재미라는 세 가지 맛이 녹아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한 조직의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면 당신과 당신 동료들은 이 세 가지 맛을 공유하고 있는가?
만일 아직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 맛을 찾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