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4.19혁명 발상지 마산 ‘생대구’가 ‘그들’에게 전해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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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사는 오길석(69)씨가 아시아엔에 거제 명물 생대구를 택배로 보내왔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김병태, 김종대, 박중기, 우재길, 강창덕, 송기인, 박형규, 조용준, 김자동, 임재경, 전창일, 김희숙, 최현국, 김지하, 김상원, 정대철, 장두석, 유성환, 김이수···.

낯익은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낯설 것이다. 마산에 사는 오길석(69)씨가 연초 거제 명물 생대구를 택배로 선물하는 이들이다. 2~3년에 한번 보내는 이도 있고, 매년 보내는 이도 있다.

위의 이름 가운데 김지하 시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을 터. 박형규 목사, 송기인 신부,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우재길 화가, 최현국 효암재단 이사장, 김자동 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정대철 전 국회의원, 유성환 전 국회의원, 김이수 한-쿠바교류협회 회장 등은 이따금 언론에 보도되거나 포탈에서 검색될 정도다.

이들 가운데는 지난해 별세한 김상원(1993년 북송된 이인모 노인을 가까이서 돌봄)씨와 장두석 민족의학자도 있다. 김종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였으며, 김희숙씨는 고 장준하 선생 부인, 박용준씨는 민족일보 조용중 사장 친동생이다. 김병태, 박중기, 강창덕, 전창일씨 등은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던 분들이다.

핸드폰을 받으면 ‘마산의 의인’이라고 뜨는 오길석씨는 10년 이상 이들에게 신정과 음력 설을 전후해 생대구 선물을 보내고 있다. 올 초 오씨가 보낸 생대구는 4~5kg 짜리로 모두 17마리, 가격은 마리당 4만~5만원 선이라고 한다.

오씨는 “70대 중반에서 90대 연로하신 분들에게 새해 조그만 선물이라도 보내야 맘이 편하다”며 “특히 인혁당 사건 등에 연루돼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어르신들께 내 작은 마음이 전달되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작년에 장두석 선생, 김상원 선생이 돌아가셔서 눈물께나 흘렸다. 평생 올곧고 의롭게 사신 어른들이 한두 분씩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평생 삶의 궤적을 녹취하거나 동영상으로 찍어 보존하는 일을 누군가 꼭 했으면?하는 바람이다.”

기자도 3년 만에 또 생대구 선물을 받았다.?오씨에게 사연을 묻고 들었다. 위에 적은 대로다.

회칼이 없어, 커터칼로 살을 도려내 오씨가 가르쳐준 대로 살은 매운탕거리로 먹고 내장은 액젓에 담가두었다. 이달 하순 <아시아엔> 직원 MT 때 맛볼 생각이다. 파키스탄과 이집트에서 연수와 있는 라훌 아이자즈 기자와 라드와 아시라프 기자는 먹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오길석씨가 보내준 생대구에 얽힌 사연과 윗분들이 자취를 남긴 한국현대사에 대해 잠깐 얘기해 줄 생각이다. 그들의 모국 파키스탄과 이집트도 우리와 흡사한 역사적 경험을 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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