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오비추어리] 박형규 목사님,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도대체 무슨 날벼락입니까? 목사님께서 영면하셨다니요?

말문이 막힙니다
생각이 겉돕니다
그냥 눈물만 납니다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죄인의 심정으로 고백합니다
1975년 그 어느날
서대문구치소에서 처음 뵙던
목사님의 모습은
구름을 타고 내려오신
선비 그 모습이었습니다

가난한 자의 벗이요
소외된 자의 대부이신 목사님!

목사님!
소란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고
가시면 어떡합니까?

빈민운동의 대부이신 목사님!

빈민출신이면서 빈민을 몰랐던
저에게 빈민운동을
몸으로 사랑으로
가르치셨던 목사님이었습니다

감옥에서도 시위군중 속에서도 고통중에도 어린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음꽃을 피셨습니다

목사님이 영면하셨다고요?
목사님을 하나님이 데리고 가셨다고요

해가 꺼지고
별이 떨어지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세상이 산산조각 흩어집니다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하셨는데..
평생을 편하게 사시지 못하셨는데..
편안함을 던지고 험한 자갈밭을 걸어가셨는데..

허망하게 훌쩍가셨습니까?
하나님이 원망스럽니다
하나님이 야속합니다
하나님
차라리 저를 데려가시지 그랬습니까?

목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목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목사님! 다 털으시고 가볍게 가십시요

기가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목사님의 가장 아래 제자인
죄인 이철용 가슴을 칩니다

이철용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