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국민배우 쾌유를 비는 ‘꼬방동네 사람들’ 이철용 작가의 기도

안성기 배우, 이철용 필자, 김동호 전 문화부 차관(왼쪽부터)

“철용형, 오랜만에 직접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보자마자 서로 못 알아본 것 도이상했지만…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오늘(9월17일, 토) 오전 11시 조금 지나 안성기 아우가 보내온 답글 문자다. 거동도 불편할 텐데 답글을 보내준 문자는 여느 문자와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글자마다 정성이 묻어 있었고, 겸손이 녹아 있는 듯했다. 9월15일 배창호님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면서 선을 보인 첫작품 <꼬방동네 사람들>을 상영하는 등 짜임새 있게 마련한 배창호 감독 기획전 행사장에서 국민배우 안성기 아우를 만났다.

기획전은 조촐하되 알차게… 성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나 매우 탄탄한 기획전이었다. 기획전의 주인공인 배창호 감독은 찾아온 손님맞이 하느라 분주했다. 도매금으로 고생해야 하는 식구들 제수씨와 미모가 남다른 다 큰 딸도 손님맞이에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는 등 분주했다. 배창호 감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분주하긴 마찬가지로 보였다.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18편은 각각 예술성과 대중성이 차고 넘치는 명작이다.

<꼬방동네 사람들>에 출연한 안성기 배우. 왼쪽은 김보연씨다.

그중에 7편,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깊고 푸른밤> <기쁜 우리 젊은날> <젊은 남자> <러브스토리> <정> 등은 예술성, 연출력, 가치관 등 영화철학이 깊고, 거기에 더해 대중성 즉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대중들까지 극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언론인, 영화평론가 등에게 폭발적인 호응과 찬사를 들었고,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전기의 발판을 구축했다. 한국영화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족적을 남겼다.

필자는 배창호 감독의 첫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의 원작자이기에 명예로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존재감이 꽉들어찬 배창호 아우님을 만난 덕분에 필자까지 덩달아 대접을 받았다.

<꼬방동네 사람들> 영화는 산동네 판자촌 등을 누비고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썼고, 뚝방 동네에서 촬영을 하는 등 철저하고, 치밀하고, 진솔하게 준비한 뒤 촬영에 들어간 <꼬방동네 사람들> 영화는 그야말로 한국 리얼리즘의 교본이다.
한 컷이라도 꼼꼼하게 챙기려는 배창호 감독의 정직함과 의지가 결국 좋은 영화를 만든 밑거름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기획전 당일 안성기 아우님과 만났다. 당시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안성기 아우가 보내준 문자에 “보자마자 서로 못 알아 본 것도 이상했고…”라는 내용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갈 것이라고 본다.

배창호 감독이 “형 저쪽에 안성기 선배님 계세요”라고 했다. 필자는 양손에 지팡이는 잡았지만 잰걸음으로 배창호 감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안성기 아우가 보이질 않았다. 한참 후에 안성기 아우를 찾아 악수를 나누는데 안성기 아우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더니 이내 눈물이 고였다. 눈꺼풀에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 순간 필자도 울컥했다. 안성기 아우 집은 수유리, 필자의 집은 삼양동이었다. 거리가 가까운 것도 있지만 죽이 맞는 사람들끼리 이심전심 자주 모였다. 모여서 기껏해야 고스톱 또는 잡담을 나누면서 히히덕거리는 게 전부였다.

안성기 배우(맨 왼쪽), 꼬방동네 사람들 주연 김보연씨(왼쪽 두번째), 배창호 감독(오른쪽 두번째), 이철용 필자가 보인다.

안성기 아우는 평소 과묵해 말수가 적었다. 한마디로 점잖은 신사였다. 안성기 아우의 결혼 스토리는 아주 우연으로 하늘이 만들어준 인연처럼 쉽게 만났고 빠르게 이뤄졌다. 필자의 큰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인 사고를 당해 정강이가 골절돼 미아리에 있는 세한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이때 안성기 아우도 입원실을 찾아왔고 곧이어 신승수 감독이 지금의 안성기 아우의 부인과 같이 입원실을 방문했다. 대충 줄여 결론을 말하자면, 필자의 큰아들이 입원한 입원실에서 첫만남을 시작으로 급기야 결혼까지 이어진 하늘이 묶어준 환상의 부부라는 사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본다.

필자는 이런저런 사연보다 당장 눈앞에 전개되는 안성기 아우의 몸 컨디션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고 건강엔 남다른 안성기 아우였는데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 없다니…” 말문이 막히고 어안이 벙벙했다. 필자가 지금 안성기 아우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에 긴 한숨이 여러 번 새어나왔다. 곰곰이 심각하게 생각해보니 딱 한가지가 있었다. 필자가 해줄 수 있는 한 가지는 다름 아닌 하나님께 악착같이 매달려 죽기살기로 기도해주는 일이다. 무릎을 쳤다.

‘바로 이거다, 궁즉통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으니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기도를 드리자’라고 작심하고 기획전 다녀온 그 다음날 오전부터 기도에 정진했다.

이철용(가운데) 작가와 악수하고 있는 안성기 배우(뒷모습)

“하나님! 저의 하나님!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뭇 생명들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아버지 하나님! 어찌하여 선하고 선한 저의 아우 국민배우 안성기를 내치시려고 합니까? 제발 살려주십시요. 하루 속히 예전처럼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자리를 박차고 운동하러 나갈 수 있도록 이전처럼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아버지 하나님은 하시고자 하는 것은 능치 못할 것이 없질 않습니까? 어찌하여 외면하시고 병마에 시달리도록 내버려 두십니까? 저는 주님께 기도할 자격도 없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죄인이더라도 저의 간절한 청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안성기 아우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과 전국민 모두에게 웃음과 재미를, 즐거움과 기쁨을, 행복과 대리만족을 채워주는 좋은 일만 해왔던 착하고 성실한 배우였고, 저절로 여론이 모아지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과 국민들의 마음과 마음이 합해져 국민배우라는 칭호까지 들을 정도로 연기자의 외길을 걸어온 충실한 연기자이자 당신의 아들입니다.

이토록 착한 아들을 정말로 외면하실 수 있습니까? 하나님! 나의 하나님! 우리 모두의 하나님! 안성기 아우를 꼭 살려 주십시오. 이전처럼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안성기 아우는 혼자 몸이 아닙니다. 당신이 주신 귀한 선물 부인과 두 아들이 있는 가장입니다. 어떻게 하시려고 이러십니까? 무조건 도와주셔야 합니다. 현대의학의 힘도 빌리겠지만 더욱 더 급한 것은 당신의 손길로 치유해 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만 믿고 의지하고 따르겠습니다. 안성기 아우에게 치유의 역사가 불길처럼 일어나도록 당신의 손길을 주시옵소서. 두손과 마음을 모아 간절히 바라고 원합니다.

주님의 치유의 기적이 반드시 일어나게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주여.. 주여.. 주여.. 국민배우 안성기를 무조건 치유해 주십시오. 부인과 두 아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더 이상 눈물 나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십시오. 영화를 사랑하고 안성기 아우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한번 더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국민배우 안성기를 치유해 주시고 일으켜 주십시오. 이 죄인은 아무런 공로가 없습니다. 때문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사랑하는 아우여! 국민배우 안성기야. 일어나 뛰어라.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두 귀에 또렷하게 들릴 것이요.

2022년 9월17일 새벽 2시 이철용

출시 40돌을 기념하여 재상영된 <꼬방동네 사람들> 가운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