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전두환, 증언 똑바로 해!” 이철용 전 의원 “기억은 기록하되 죽음은 용서를”

[아시아엔=이철용 전 평민당 국회의원, <어둠의 자식들> 등 작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산자를 두고 일컫는 말로 사람을 중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산자들이 들으라는 이야기로, 죽은 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은 자에겐 미워할 것도 말 것도 없다. 미워한 들.. 예뻐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광주양민을 무참하게 학살하고도 반성은커녕 사과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난 주범 전두환씨를 두고, 왈가왈부, 왁 자지껄, 저마다 한마디씩 의견과 생각을 설왕설래 하는 바람에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야당 대통령후보 윤석열님은 “전직대통령을 지낸 분인데 문상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문상을 갈 의사를 밝혔으나,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문상을 가지 않기로, 슬그머니 발을 빼는 등 우왕좌왕하는 우스운 모양새를 보였다.

조문을 가고 안 가고는, 개인의 문제이기에 조문에 대해서는 이것으로 각설하겠다. 다만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어 물으려고 한다. 문상을 가지 않을 정도로 악한 범죄의 주범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로,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시퍼렇게 살아있는 검찰 및 수사당국은 무슨 까닭으로, 전두환씨를 연행하려거나, 조사하려거나 구속시키려는 노력을, 직무유기를 저지르면서 수사에 기울이지 않았는지에 대해, 전직검찰총장이셨던 윤석열님을 비롯해 전현직 검사님들 모두에게 되묻고 싶다.

YS정권 때 전두환씨, 노태우씨를 구속시켰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알쏭달쏭한 멘트를 날리고는, 이내 두 사람을 석방시켜준 정부는 DJ정권이었다.

당시 기억을 복기해보면 국민들의 마음과 생각은 대충 이러이러했다. 구속시킨 YS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묻지 않았다. 석방시킨 DJ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묻지 않았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두환씨 자택을 찾아가 큰절을 한 행동을 두고, 약간의 설왕설래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각론하고 죽음 앞에서, 핏대를 올리며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죽음 앞에서, 사과를 하지 않고 죽었다며 핏대를 올리면서, 탄식과 원망을 하는 자는 누구인가?

죽음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성명서를 낭독하면서 사과하지 않고 죽었다며 용서하지 않겠다며 악다구니를 질러대는 자는 누구인가?

죽음 앞에서 조문을 가야하는지? 모른 채 외면해야 하는지? 죽음을 정치입지에 마이너스냐, 플러스냐 주판알을 굴리는 자는 누구인가? 계산기를 약삭빠르게 두드리는 자들의 양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

전두환 5공 때 빌붙고, 덕보고, 돈 벌고, 한밑천 잡은 자들은 왜, 꽁꽁 숨는가? 참으로 쥐 새끼보다 더 약삭빠른, 대단하고 엄청난 자들이다.

이공이나, 저공이나, 오륙도 돌아가는 공은 하나의 공화국이니, 5공이나 6공이나 마찬가지이거늘..무슨 까닭으로 사과한 6공은 쭈빗쭈빗 조문을 망설이면서, 눈치를 보며 이해타산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머리가 어수선하고 정신이 혼란스럽다.

큰절을 하러 갈 때는 언제이며? 전두환씨 앞에서 허튼 웃음으로 간신 짓하면서 한자리 할 때는 언제인데..? 이런 자들이 느닷없이 조문 운운 역사의 죄인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달픈 세상살이.. 애달픈 인생살이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라지만,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지켜야 한다.

5공 6공 때 수천억 단위의 통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은 어디로 숨었는가? 아직도 조문을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지? 속마음과 입장을 듣고 싶다.

전두환씨에게 사과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전두환씨에겐 참회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고, 망월동에 찾아가 무릎을 꿇게 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용서를 빌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전두환씨의 사과만을 요구하는가?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에게 누가 용서를 받고, 승인해주는가? 자살한 죽음은 찬양받고, 숭배 받는 모양새는 참으로 옳지 않다.

기억은 기록이다. 전두환씨가 사과를 안 하면 안하는 대로.. 광주양민을 학살한 것이 틀림없으니, 학살한 사실을 가감 없이 기록하면 될 것을, 사과 안하고 죽었다며 죽음을 탓하고, 죽음을 원망하는 태도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기록은 기억이며, 기억은 기록이고, 기록과 기억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성경의 힘은 뭐니 뭐니 해도 기록에 있다. 필자는 그래서 성경을 이스라엘 삼국지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민족은 또다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 기억을 되살리고, 기억을 샅샅이 뒤져 기록을 세밀하게 역사를 엮어나간다.

이미 숨을 거둔 전두환씨에게 사과하고 죽지 왜 그냥 죽었느냐고, 악다구니를 써봤자, 헛수고이며 하나마나 한 쇼로 비춰지는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사과하고 죽지, 왜 그냥 죽었느냐며 혼자 혁명가처럼 떠드는, 그대여! 그때 너 거기 있었는가?

총칼로 권력을 강도질하려는, 그때 그곳에 너 거기 있었는가? 추운겨울에 옷을 벗는 자는 용감하다, 여름 삼복더위에 옷을 벗는 자는 간교하고 비굴한 자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공화국 시절엔, 골방에 숨죽이며 납작 엎드려 있던 자들이.. 따듯한 봄날이 됐다고 너도나도 우후죽순처럼 기어 나와 역사 앞에 당당하자며 조문가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을 높인다.

전두환씨를 찬양했던 자도 덩달아 조문가는 사람들을 향해, 눈에 쌍심지를 켠 채 도도한 척, 고고한 척 위세를 부린다. 전두환씨에게 전국구 한자리 동냥질 하려고 줄서고 찬 양했던 자가, 더욱 언성을 높이며 역사 운운 지지배배 콩새처럼 지껄여댄다.

필자는 이미 1989년 5공화국 청문회 때 선서도 하지 않고, 자위권발동 운운하며 학살책임을 면하려고 거짓증언과 망언을 거침없이 해대는, 전두환씨를 향해 단상으로 뛰어나가 “살인마 전두환 증언 똑바로 해”라고 수차례 고함을 질렀다.

국민의 대표로서 죄 없는 광주양민을 학살한 살인마라는 선고를 내렸다. 아직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 6공화국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겨울 6공화국에서 벌어지는 ‘5공청문회 쇼’가 어디 그냥 쇼였던가?

밀당, 뒷거래 없이 ‘5공청문회 쇼’가 그냥 열렸을까?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전두환씨는 속속들이 알고 있으리라. 청문회 시작부터 당신은 선서도 하지 않고 중언을 시작했었다.

청문회 위원의 질문도 받기 전에 이미 준비해 갖고 나온 증언문을 낭독했다. 청문회가 아니라 전두환씨를 백담사에서 풀어주는 수작으로 비춰졌다.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전두환씨는 훤하게 알고 있으리라. 이러고도 조문을 가면 역사의 죄인이고 조문을 가지 않으면 혁명가라고 주장할 것인가? 가소롭기 짝이 없어,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이, 저세상으로 훌쩍 가버린 당신은 5공청문회 쇼의 내막을 잘 알고 있으리라.

전두환씨! 당신은 시절을 잘 만나 지은 죄 값을 치르기는커녕 진정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편안히 갔구려. 당신이 대단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 것 같소.

통치자금, 밀당, 뒷거래, 아부하는 자들의 보호, 심약한 정치꾼들의 꼼수, 사이비언론인, 권력자리를 탐내는 어용교수, 사쿠라 중에 왕사쿠라의 이중생활, 뇌물로 기업 경영하는 기업인,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하는 교활한 정치모리배들의 작태, 양의 탈을 쓴 싸구려 사조직 운동단체 등의 비호와 지지와 도움으로 편안히 저세상으로 갔구려.

당신의 죽음을 놓고 조문을 갈까 말까 눈치를 살피는 자들.. 조문을 가는 건 역사의 죄인이라고 우겨대는 자들.. 당신은 떠나가도 그냥 조용히 가지 않고, 시끄럽게 웃프게 가는구려.

그래도 죽음 앞에서는 경건하고 겸손해지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옷깃을 여미고, 5공청문회 쇼가 절대 용납 안 되는 그곳으로..
잘 가시라는 작별의 묵례를..

이철용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