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오비추어리] 사랑의열매 윤병철 회장 “내만 떳떳하면 된다 아이가?”

[아시아엔=전홍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호남나눔교육센터장] 윤병철 회장님, 엊그제 너무도 뜻밖에 회장님의 부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간, 망치로 정수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에서 문득 지난 시간, 당신과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회장님, 평소 당신은 당신을 ‘거제 촌놈’이라고 부르며 껄껄 웃으시던 분이셨습니다. 당신은 그때까지 제가 상상하던 작고 꼼꼼하고 섬세한 여느 금융계 지도자와는 달리 기골이 장대하고 걸걸하며 소탈하신 ‘농사꾼’의 모습이었습니다. 언제나 크고 투박한 손으로 얼굴 가득 환하게 웃음이 가득하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공동모금회 회장 재임 시절, “친구들이 그러는데 내는 평생 돈과 인연을 끊을 수 없다 카네”하시며 “그때는 돈 빌려가라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돈을 모아 달라고 하니 이기 무슨 인연인지 모르겄네”고 하시며···.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나눔문화 정착과 함께 날로 높아가는 정치적, 사회적 관심과 함께 이런저런 요구에 힘들어 하기도 했고, 때로는 자택을 찾아가 항의하거나 가족들까지 괴롭히는 악성 민원에 기죽어 있는 직원들에게 “걱정마라 그리고 당신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고 오히려 격려해 주신 분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복지부의 감사로 시작된 소위 ‘모금회사태’를 겪으며 지인들이 “이제부터 모금회는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 “내가 이래 상황 파악을 몬했나?” 하시면서도 “이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타의로 저희 곁을 떠나신 뒤에도 잊지 않으시고 가끔 ‘윤병철 사단’을 소집해 소주잔을 기울이며 위로와 격려를 주시던 ‘큰 형님’.

뜻밖의 소식에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과 죄스러움이 가득한 것은 ‘그날의 치욕’을 바로잡지 못한 저희들의 못남이 새삼스럽기 때문이겠지요.

당신을 떠나보내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 속에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를 일깨웠던 한 마디, 그 말씀 화두로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다 치아라 마. 내만 떳떳하면 된다 아이가···”

편안히 쉬십시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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