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인재 30] 강수진·박지성·부모님의 발···2016 당신은 어떤 발자국을?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남다른 발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이 그렇고,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박지성 선수의 발이 그렇다. 우리 곁에 조금 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로 보자면 부모님의 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발에는 그동안의 노력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손과는 달라서 직접 살펴보지 않는 한 어떤 모습인지 추정조차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족식과 같은 의식에서 상대방의 발을 씻기려고 처음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흠칫 놀라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상대방의 노고와 수고에 대한 감사와 존경어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두 발은 태어나면서부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태어나자마자 발도장을 찍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의 발은 아침에 일어난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시라도 편안하게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몸에 걸치는 옷과는 달리 신발은 제 발에 맞는 편안한 것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발이 갖는 의미는 신체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어떤 직책을 맡거나 일을 할 때 “이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고 싶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곧 자신의 발길이 닿는 곳이나 닿을 곳에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람의 발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밟아 왔는지를 통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유추해 볼 수도 있고 지금 어느 곳에 발을 딛고 있는지를 통해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발걸음을 향할 것인지를 통해 미래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발은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필자가 수년 전에 접한 후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되뇌어 보는 시가 있다.
“눈 덮인 길을 걸어 갈 때에는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서산대사의 ‘답설(踏雪)’이라는 시이다. 이 시는 첫 출발의 시점에 서있는 이들은 물론, 무엇인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있는 이들에게도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2015년을 걸어 온 당신은 올 한 해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가? 그리고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2016년에는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가? 이와 함께 당신을 뒤따르는 이에게 당신의 발자국이 충분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한 발 한 발 더 신중하게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