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50주년 포럼③김도현5] 성찰·참회·각오로 역사와의 전쟁 승리를···
[아시아엔=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 한일협정 재협상을 위해, 그리고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기는 하지만 그것은 간단하고도 자명하다.
1)대통령과 정부는 해방70주년(종전50주년)을 맞아 일본수상의 입만을 쳐다보았지만 결과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는 담화를 듣는데 그치고, 어렵게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후속조치는 진전의 전망이 불명확하다. 우리 정부는 진작부터 일본수상에게 세계의 관심을 몰아줄 게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양식이 함께 수긍하고 일본이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될 원칙을 우리가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해나갔어야 옳았다.
일제에게 당한 침략은 치욕이지만 35년에 걸친 수십만 수백만의 희생을 바친 항일독립투쟁과 국민의 투쟁과 노력으로 이룬 민주화와 경제적 성취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대통령은 위안부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있지만 인식이 한일협정에 닿아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협정재협상 추진을 우회해서는 위안부 문제 문화재반환 등 산적한 문제해결에 이를 수 없다.
그리고 2005년의 민관공동위원회를 해체시킬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2)내년 총선, 그리고 차기 대선의 후보 및 정당은 65년 한일협정의 재협상에 대한 태도를 선거공약으로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는 1995년 현 협정의 폐기와 재협상을 통한 새 조약의 체결을 주장하는 결의안이 제안된 적이 있다.
3)학계는 더 깊이 있게 넓게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하고 교육을 통해 후계세대에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4)그리고 지난 날 이 협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은 설사 그가 최선을 다 했더라도 당시의 부족과 과오에 대하여 통절한 성찰, ‘징비(懲毖)’의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역 박정희 김종필 이동원 3인을 주목하는 이유다.
50년전 한일협정이 조인 당시 대통령 특별담화
“우리의 원통스러운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며, 제여건과 선진국의 관례에 비추어 국가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일관계의 미래는 “우리의 주체의식에 달렸다.”(동아일보, 1965.6.24)
김종필씨는 최근 <중앙일보>에 연재를 통해 이렇게 회고했다.
“국교정상화 협상의 주테마는 결국 일본한테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박 의장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대일 청구권에 성의를 보인다면 우리는 평화선 문제에 신축성을 보이겠다’고 밝혔는데, 한·일 회담이 타결해야 할 핵심 쟁점을 조리 있게 정리한 말씀이었다.”(김종필 전국무총리의 회고. 박정희 최고회의의장이 이케다 일본총리와 회담 뒤 한 회견담. 중앙일보 2015.4.29)
이동원 외무부장관의 시이나 일본외상과 협정타결을 이룬 회고담
“또한 구조약 무효화문제는 다소 쓰잘 데 없는 논쟁을 종식, 그냥 ‘이미 무효’란 단어로 통일키로 했다. 이 또한 우린 우리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남긴 것이다.”(조선일보사, 한국현대사 119대사건)
필자는 이렇게 묻고자 한다. “과거를 청산했나? 돈만 너무 중하게 다루지 않았나? 구 조약 무효화가 쓸데 없는 것일까?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편하다’ 라고 하며, 무용담처럼 자랑할 일일까?”
연구자들은 우리 외교관들은 분투했지만, 당시 우리 지도자들의 외교적 미숙과 정치적 조급성으로 역사와 경제에서 모두 손해를 보았다고 평하고 있다.
1961년 박정희?이케다 회담은 통역 없이 단독으로 진행되었다. 이케다는 99% 성공이라고 말했다. 청구권 액수에 대하여도 김종필-오히라 메모의 성과라기보다 버거 주한미국대사, 이세키 일본아세아국장, 라이샤워 주일미대사의 물밑조정으로 틀이 만들어졌다.[장박진 이종원, 이종원 위의 책에서 재인용]
이에 앞서 필자를 포함한 우리들의 성찰과 참회와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개인을 성숙하게 하고 정화시키고, 이러한 개인이 모이면 우리나라가 성숙하고 보다 도덕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우리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고 볼 것이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항쟁에서 우리는 일본이 성취하지 못한 것을 실천했다. 그것은 63운동으로 시작되어 6월항쟁으로 귀결되었다. ‘65년 협정’의 발전투쟁을 통해 우리가 보다 높은 도덕적 수준의 역사의식을 실천한다면 평화로운 아시아와 세계로 가는 길에 어느 나라보다 앞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무시하고 경시했던 ‘역사의 반격’을 받고 있다. 남만 보고 역사를 정시 직시하라고 하면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선대의 과오와 부족을 정시 직시할 수 있을까. 역사전쟁도 전쟁이다. 지식과 도덕으로 무장한 고매한 전쟁이다. 상대를 무력 폭력으로 침략하여 정복하는 전쟁이 아니라 논리와 도덕적 실천으로 감복시키는 전쟁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