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50년-‘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토론문] “한일협정서 회피·무시된 쟁점 해결 시급”

[아시아엔=박진희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 장완익 변호사의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의 경과와 현황’은 2012년 5월 24일 미쓰비스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강제동원에 관한 불법성을 지적하고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경과와 쟁점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협정의 역사적 성격 문제, 나아가 한일관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일정부분 담아낸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조약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소송의 경과를 정리한 이 글이 결국 ‘한일협정’의 정치적 타결이 이후 한일관계에 끼친 영향과 문제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국내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판결의 주된 쟁점이자 논거가 된 청구권의 소멸 여부 및 시효, 국내법과 국제법의 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조약의 해석은 사법부의 몫이라도 외교문제에 관한 대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현재의 한일관계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배상 청구 소송이 단지 재산권의 문제와 피해자 구제 문제만으로 국한되고, 이에 대한 법리 적용만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생긴다. 강제동원 관련 소송에서 핵심은 한일협정 조문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법리적, 정치 외교적으로 합당한지를 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권과 피해자 구제문제로만 이 문제를 국한시키게 되면 결국 일본정부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또다시 문제를 희석시킬 것이다.

2.헌법재판소가 지적한대로 배상 청구 소송은 단지 헌법상의 재산권 문제 뿐 아니라 불법적인 일본의 침략전쟁 수행과정에서 도구로 취급받고 버려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이고 핵심이다. 따라서 한일협정에 대한 해석과 한일관계의 새로운 모색의 출발점도 이것이 되어야 한다.

3.한일 간 역사인식과 과거사 처리 책임은 더 이상 다음 세대에 미루지 않고 지금 세대가 해결해야 한다. 특히 양국의 정치가와 여론 주도층은 인류가 지향해온 보편적 가치의 기준에서 한일관계의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식견을 가지고, 솔선하여 역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일 간 역사문제인 독도 문제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영토문제가 점점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 삼국 간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첨예화되고 있다. 역사문제와 영토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되며, 민간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을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사문제로 촉발된 갈등이 당사국간의 고도의 정치적 전략의 작용으로 복잡해지고 첨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4.현재 한일관계에서 제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한일협정에서 회피되고 무시된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일 간 역사인식의 공유가?필요하다. 올해는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한일협정 체결로 한일 간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졌음에도 한일관계는 여전히 역사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일협정 체결 이후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한일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사적 차원에서 반전 평화, 인권 옹호라는 인류사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검토되고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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