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50주년 포럼③김도현4] 재협상이 필요한 4가지 이유
[아시아엔=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 재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네가지로 살펴보자.
가. 현재의 한일협정은 한일문제해결의 규범이 아닌 장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과 관련단체 및 관련법율가들의 장기간에 걸친 외롭고 눈물겨운 투쟁은 마침내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으로부터 청구권협정의 한계를 명백히 하는 획기적 판례를 이끌어내고, 일본과 미국과 세계의 역사학자들이 일본의 정부책임을 추궁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역사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시성범죄와 여성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일본 미국에서 소송으로 제기되자 ‘소멸시효’ ‘국가무책임’의 법리로 맞서다가 이것이 국제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권리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청구권조항 2조 1항 및 3항을 들어 “청구권에 관하여 어떤 주장도 할 수 없고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법원은 1심에서 위안부 원고의 일부승소 판결이 나기도 했으나 최종심에서 역시 이러한 근거로 불수리 결정을 냈다.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 위안부문제 등 ‘과거사’와 현재의 한일관계개선을 분리 대응하자는[조양헌,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의 대일외교 과제 및 전략. 국립외교원, 주요 국제문제 분석] 주장이 있지만 결국 현 한일협정을 전적으로 우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1월초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아베수상은 귀국하자마자 역시 이 대목을 들먹이며 위안부문제의 정부무책임을 거론한다.
나. 대한민국 정부,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65협정의 한계 선언
정부는 2005년 한일회담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간공동위원회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정부와 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정부의 법적책임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일본정부의 법적책임 인정 등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유엔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최근 이 기구를 종료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하여 일본의 양식 있는 인사들이 존속을 탄원하고 있다)
헌재는 2011년 청구권협정에 관해 한일양국 사이에 해석상 분쟁이 존재한다고 보고 ‘협정 3조의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는 정부의 부작위(不作爲)를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헌재는 65년 체제의 틀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65년 체제를 발전시키지 않는 한국정부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2012년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판결에서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비추어 ‘일본의 한반도지배는 규범적 관점에서 불법적 강점’이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65년 협정으로 식민지 책임 문제는 전혀 해결된 바 없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65년 협정으로 한일간의 ‘전후처리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하는 것과는 정면으로 상반된다. 문화재 협정의 경우 일본 반출의 불법성 반환의무의 불명기라는 잘못을 받아드릴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지배에 따른 일본반출문화재 반환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제성호, 위의 책]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는 위헌사태를 지속하는 것이 된다.
다. 법문으로 성립하지 못하는 기본조약 2조
기본조약 2조는 구 조약의 위법성과 합법성에 대하여 양국이 당초부터 현재까지 반대의 해석을 하는 아무런 합의가 없는 조항이므로 국제법의 규율을 받는 국제적 합의(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2조)에 해당하지 않는 무의미한 조문이다.[박배근, 앞의 책] 또한 ‘이미(already) 무효다’ 라는 식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음으로 法文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또 제3조는 북일수교가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이므로 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해석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북일수교에서는 한일교섭이 밟았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은 넓은 마음으로 도와준다면 참으로 금도를 보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은 북핵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1990년 가네마루 자민당총재, 다나베 사회당위원장의 방북으로 시작하여 김정일 시대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다가 중단을 거쳐 최근 김정은 시대에 다시 재개움직임도 보인다. 일본 전후처리의 최종절차이기도 한 이 문제에서 우리는 체제와 대치의 차이를 넘어 민족적 자존심과 역사적 대의 그리고 통일지향적 입장에서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는 금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 현안인 북핵과 북한 경제난 그리고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 동아시아 평화로 가는 관문
지금 ‘아시아로 돌아와 재균형을 노리는’ 미국과 G2가 된 중국이 만들어 가는 신형대국관계의 하늘이 청명한 것일지, 폭풍우일지 점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흔히 두 나라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베수상이 말하는 바처럼 서로 사이에 있었던 명백한 침략사실을 말하면서, ‘침략의 정의’에 대하여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인식을 가졌다면, 그러한 국가끼리 ‘동맹’은커녕 무슨 공통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까?(아베 총리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13.4.24] 동아시아 또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번영, 나아가 공동체로 가는 길의 기본 중의 기본은 서로를 침략하지 않는 것이라면 최소한 침략과 침략반대 불용인에 대해서만은 확실한 공통인식과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일회담체결 당시의 미일의 대공전선구축에 편입된 한국의 입장은 오늘 중국과 우호협력관계를 증진시키지는 것이 필수의 과제인 점에 비추어 새로운 자세를 당연히 요구받고 있다.
우리가 합방조약의 불법무효의 시점을 거듭 중요시하는 이유는 일본은 전쟁책임을 면할 수 없는 1931년 이후 중일전쟁과 2차대전으로 정하여 한국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중국에 대한 침략과 미국과의 전쟁과는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