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한국견문록18]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더욱 필요한 까닭

지자천려 필유일실의 지혜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사)아시아기자협회 부이사장]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의 실수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은 미치광이의 말도 가려서 듣는다고 합니다._「회음후열전」

살면서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혹여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 신(神)이다.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실수는 인간의 일, 용서는 신의 일”이라고 했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실수란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실수하는 동물이라는 정의(定義)도 일견 가능하다.

실수란 인간의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보편적인 속성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수의 불가피성을 마치 핑계처럼 이용한다는 점이다.

공직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인간이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널리 용서해달라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놓고 그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의 실수라고 변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극단적인 예로, 누군가를 살해하고 그것을 실수라고 한다면 누가 그것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설령 그것이 과실치사라 해도 법과 도덕의 차원에서 분명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

실수는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성찰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천재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천재의 실수는 의지에 의한 것으로 발견의 문인 것이다”라고 했다. 뭔가 실수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큰 일을 할 수 없다.

실수란 과오가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발견의 문’이다. 사람들은 실수라는 것을 ‘어리석음’과 연관지어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리석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의 삶 전체를 둘러보면 그 말은 반쪽의 진실만을 대변한다. 어리석다고 여겨지는 행동이 때론 큰 결과를 이루어 낸다.

한신이 유방의 명으로 조나라를 정벌하러 갔을 때 조나라에는 이좌거(李左車)라는 지략가가 있었다. 이좌거는 조나라가 정형관을 사수한다면 한나라 군대는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며, 한신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조나라는 그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아 한나라에게 멸망을 당한다. 조나라를 정벌한 한신은 이좌거를 정중히 모셔 제나라와 연나라를 칠 계책에 대해 물었다.

이 때 이좌거는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의 실수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라는 말을 서두로 해 자신의 계책을 차분히 설명했다. 이좌거의 계책은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여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군사력을 드러낸다면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계책을 받아들인 한신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제나라와 연나라를 정복할 수 있었다.

이좌거가 지혜로운 자라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며, 어리석은 자의 말이라도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것은 자신의 계책이 어리석게 여겨지더라도 ‘필유일득必有一得’의 차원에서 부디 널리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현명한 군주는 지혜로운 자의 ‘필유일실必有一失’보다 어리석은 자의 ‘필유일득’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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