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한국견문록⑬] 대통령 측근 중용과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친인척 비리도 한몫

태산이 높은 것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

‘사기’의?인재등용의 원칙···나라의 세 가지 불상사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사)아시아기자협회 부이사장]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하면 나라의 만사가 잘 풀린다는 의미다. 이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자주 언급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일은 통치자의 주요한 임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등용의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변방의 제후국이던 진秦나라가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 할 수 있었던 것은 목공穆公 때부터 내려온 ‘사불문四不問’의 인사정책 덕택이다. 사불문이란 인재등용에 있어 신분, 국적, 민족, 연령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진나라는 인사등용 뿐 아니라 군사를 모집하면서도 국적과 민족을 따지지 않고 변방의 유목민족을 군사로 받아들여 군사력을 강화시켰다. 진나라는 사불문 정책으로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다.

정조대왕은 “인재는 때로 신분에 무관하게 나오니, 기이한 꽃이나 신기한 풀이 시골구석의 더러운 도랑에 나는 것과 같다.人或不係世類 如奇花異草多生於猥巷穢溝”라고 했다. 정조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당시의 인재등용이 혈연과 신분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가 고위관리의 자제들이 과거를 보지 않고도 벼슬을 할 수 있었던 ‘문음門蔭제도’다. 문음제도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존속되었다. 혈연과 신분에 의한 인사추천은 인사를 ‘망사亡事’나 ‘참사慘事로 만드는 근원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인사정책의 실패는 바로 친인척을 비롯해 주변의 지인들 특히 선거 때 도왔다는 사람들을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도 없이 무리하게 기용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으나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으로 인해 별 효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安?은 “유능한 인재를 몰라보는 것,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 쓰더라도 위임하지 않는 것”을 나라의 세 가지 불상사不祥事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영의 말에서 한치의 벗어남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능한 인재를 몰라보는 것은 물론 인재가 사회환경에 의해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안영과 관련된 유명한 고사성어로 ‘귤화위지橘化爲枳’가 있다. 안영이 초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영왕靈王이 그를 업신여기며 어떻게 하면 골탕을 먹일까 궁리했다. 때마침 초나라 병사가 죄인을 끌고 가고 있었는데, 영왕이 누구냐고 묻자 병사가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해서 끌고 가는 중이라 했다. 그러자 영왕은 안영에게 당신네 사람들은 다 도둑놈이냐고 비웃었다.

이에 안영은 “귤을 회수 이남에 심으면 달콤하지만 이북에 심으면 시고 떫어 먹을 수 없습니다. 이유는 토질 때문이지요. 저 사람은 제나라에 있을 때는 양민이었는데 어찌 초나라로 온 후 도적이 되었겠습니까? 이는 초나라가 그렇게 변하도록 한 것이지요.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있는 것은 마치 귤이 회수 이북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영왕은 사과하고 안영을 극진히 대접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의 고사성어는 인재가 인재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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