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한국견문록⑭] 박근혜 대통령, 야당서 총리·장관 등용 ‘통큰 정치’ 하시길

나라의 흥망은 인재의 역할에 달려있다_유방의 삼불여三不如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사)아시아기자협회 부이사장] 인재의 중요성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유방이 황제로 즉위한 후 신하들에게 내가 천하를 얻은 이유와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왕릉의 대답이다.

“폐하는 오만하시어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만 항우는 인자하면서도 사람을 아낄 줄 압니다. 그러나 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을 공격해 땅을 점령하게 한 뒤 하옥을 받아낸 자에게 그것을 주어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 하셨습니다. 항우는 어질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 공이 있는 자에게 해를 끼치고 어진 자를 의심하며 싸움에 이겼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공적을 주지 않고 땅을 얻고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로움을 나누지 않았으니, 이것이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왕릉은 유방과 항우의 성품과 리더십에 근거해 천하 제패의 일을 상세히 설명한 셈인데, 이에 대해 유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려. 군막 속에서 계책을 짜내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결판내는 것은 내가 자방子房(장량)만 못하오. 나라를 어루만지고 백성들을 위로하여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 도로를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오. 백만 대군을 통솔해 싸우면서 어김없이 이기고 공격하면 어김없이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 빼어난 인재이지만 내가 그들을 임용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오. 항우는 범증 한 사람만 있었으면서도 그를 중용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사로잡힌 까닭이오._「고조본기」

자방과 소하와 한신의 뛰어난 능력에 비추어 본다면 자신의 능력은 그들보다 못하다는 유방의 ‘삼불여三不如’는 인재등용의 근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뛰어난 리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유방은 세 사람의 능력을 공히 인정을 하는 쿨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능력을 인정한 자신이 있었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주나라 말부터 진의 천하통일까지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다룬 대하장편소설 『열국지』는 “아아, 자고로 흥하고 망한 나라를 살펴보아라. 모든 원인은 당시에 어진 신하를 등용했느냐, 아니면 간신을 등용했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났다”고 맺고 있다. 이는 나라의 흥망은 인재의 역할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인재의 등용은 군주의 몫이다. 『열국지』의 마지막 문장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등용할 줄 아는 군주의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유능한 인재라면 원수라도 피하지 마라_‘기해천수’와 ‘간축객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할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능력이나 자질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집권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나 자기 당의 사람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파벌을 떠나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거의가 보은報恩 차원에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능력이 있다면 측근보다는 반대당 측의 사람도 기꺼이 기용할 줄 아는 기개가 있어야 국가의 안위를 지킬 수 있다. 사마천은 사기의 「진세가」에서 기해라는 인물을 거론했다. 진나라 도공이 기해祁奚에게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기해는 서슴없이 자신의 원수(라이벌)인 해호解弧를 추천했다. 여기서 기해가 원수를 추천했다는 ‘기해천수祁奚薦讐’의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그런데 기해의 추천을 받은 해호가 관직에 등용되기 전에 죽자 도공이 다시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기해는 자신의 아들 기오祁午을 추천했다. 이에 사마천은 “기해는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구나! 밖으로는 원수임을 숨기지 않고 추천하였고, 안으로는 자식임을 숨기지 않고 추천하였구나”라고 논평했다.

여기에서 유능한 인재라면 원수라도 피하지 않고, 친족이라도 피하지 않는다는 ‘외거불피구外擧不避仇, 내거불피친內擧不避親’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뛰어난 인재라면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적극 기용해야 한다.

사람을 기용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의 취향이나 고집을 버려야 한다. 한나라의 정국鄭國이 진나라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대운하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그 의도가 발각되어 진나라의 왕족과 대신들이 왕에게 정국과 같은 빈객들을 모두 쫓아낼 것을 요청했다. 대신들이 올린 추방명단에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도 있었다. 이사는 나중에 진시황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루는데 기여했으며 후에는 ‘분서갱유焚書坑儒’에 앞장을 선 인물이다.

자신이 추방자 명단에 오른 것을 안 이사는 왕에게 관리들이 빈객들을 내쫓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써올렸다. 이사는 먼저 목공, 효공, 혜왕, 소왕의 네 군주가 빈객들을 등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진나라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지금 왕께서 좋아하시는 보물과 여인과 준마와 음악들은 다 진나라의 것이 아님에도 마음을 즐겁게 하고 보기에도 좋으시니 그것들을 받아들이신 것 아니냐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람을 뽑아 쓰는 일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니 문제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인물의 사람됨이 옳은지 그른지를 묻지 않고 굽은지 곧은지를 말하지 않고, 진나라 사람이 아니면 물리치고 빈객이면 내쫓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여색이나 음악이나 주옥 등은 소중히 여기고 사람은 가벼이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하에 군림하며 제후들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제가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인구도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도 용감하다.’고 합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으며,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으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왕들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_「이사열전」

이사가 왕에게 지적한 바는 지금 우리 현실에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능력과 인품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려는 것이 우리나라 인사의 현실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이사는 편지 말미에 빈객을 내쫓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바란다 해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통치의 곤란을 겪게 되는 근원은 바로 인재등용이 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진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라이벌까지도 기용할 수 있는 원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태산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와 하해가 깊어질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포용의 덕이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지도자의 제일의 덕목은 바로 원수까지도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인물을 선별하는 다섯 가지 기준

위나라의 문후가 이극李克에게 “선생께서는 일찍이 저를 가르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집안이 못살게 되면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상국(재상)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위나라의 상국을 임명하려면 위성자魏成子 아니면 적황翟璜 뿐인데. 이 두 사람은 어떠한지요?”라고 물었다. 위성자는 문후의 동생이고, 적황은 상경上卿의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왕이 둘 중 누가 적합한지를 묻자 이극은 신분이 낮은 자는 신분이 귀한 자의 일을 거론하지 않으며, 관계가 먼 자는 가까운 자의 일을 품평하지 않는 법이라며 대답을 삼갔다. 왕이 마다하지 말고 의견을 말해보라 하자 이극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왕께서 직접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인물을 감정하는 요점은 다섯 가지입니다.

불우했을 때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냈는가.

부유했을 때 누구에게 나누어 주었는가.

높은 지위(顯達)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가.

궁지에 처했을 때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지 않았는가.

궁핍했을 때 물건을 탐하지 않았는가.

이 다섯 가지 조건으로 사람을 고르면 됩니다. 저의 의견 따위를 들으실 필요가 없습니다._「위세가」

이극이 제시한 인물 선별의 다섯 가지 기준은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완벽하다. 특히 현달했을 때, 즉 자신의 명성이 사회적으로 크게 드러났을 때 그 사람이 누구를 등용하는가를 보라는 말은 인사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우리의 어두운 현실에 등대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려면 그가 기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인사문제의 8할은 지도자의 탓에 기인한다. 인재를 몰라보는 것,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 쓰더라도 위임하지 않는 것이 나라의 불상사라는 것은 지도자의 안목이 그 정권의 성패를 떠나 그 나라의 흥망을 결정한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극이 말한 인물 선별의 다섯 가지 기준은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물론 모든 조직의 리더들이 각별히 명심해야할 바다. 인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라의 소중한 재산이자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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