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37] 국민들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등돌리는 이유
말 아래로 내려와 국민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한 고조 유방과 송 태조 조광윤은 서민 출신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자신의 논리를 고집하여 독단으로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귀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었기에 혼란의 시대를 거두고 새 왕조를 건국하여 자신들만의 치세를 펼칠 수 있었다. 직언하는 선비가 있다 해도 리더가 그 말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나라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리더의 품성이다. 유방과 송 태조는 학식은 깊지 못하였지만 귀는 열려있던 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과업을 당대에 보존할 수 있었다.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재덕부재험在德不在險’이란 말이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저명한 군사전략가인 오기吳起가 위나라 무후武候와 함께 배를 타고 서하西河를 건너고 있었다. 이때 무후가 주변의 풍경을 보며 “아름답구나! 산천의 견고함이여! 이는 위나라의 보배로구나!”라고 말하자 오기가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는 것이지 지형의 준엄함에 있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나라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 산천을 다스리는 임금의 덕행에 있다는 오기의 말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필히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법제처장을 수락하면서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권력자라도 가다 보면 처음과는 달리 판단이 흐려질 수 있으니,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초심을 유지해서 끝까지 직언을 들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나 자신도 소신에 따라 늘 직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서 2년 6개월 동안 공직을 수행했다. 한고조 앞에서 직언을 마다하지 않던 육가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나만 별난 놈으로, 기피인물로 찍혔다는 것이다.
노무현과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민심의 향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의 불통의 귀와 마음에 쏠려있다. 그 전 정권들도 오십보백보였다. 말등에서 얻은 권력은 말등에서나 의미가 있다. 말 아래로 내려와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덕은 바로 그 나라의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