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35] 박근혜 대통령, 박수받고 청와대 떠날까?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명박 정부를 향해 한나라당의 논리로 집권했지만 그 논리로 통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던 나의 이야기는 바로 <사기>의 ‘역생?육가열전’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유방은 서민 출신이었지만 결국엔 황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를 도와 천하를 평정한 신하들도 하층민 출신이 많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유방은 귀족이나 선비들에 대해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입지전적인 인물들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스토리’에만 매몰되어 객관적인 면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 같다. 그래서 입지전적인 리더 곁에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신하가 특히 더 필요하다.
말등에 올라 권력을 얻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지적하는 일은 어찌 보면 목숨을 내놓는 일일 수도 있다. 만약에 진나라가 제대로 천하를 운영했다면 당신은 지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니 자기 자랑과 독단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시고 나라를 잘 보존하시기 바란다는 육가의 쓴 소리에 대해 유방은 ‘못마땅했지만 부끄러워하는 낯빛’으로 받아들였다고 사마천은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유방은 육가에게 “나를 위하여 진나라가 어떻게 천하를 잃었고, 내가 어떻게 천하를 얻었고, 또 고대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글을 지어 올리시오”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육가는 무력이 아닌 지식을 바탕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법과 국가존망의 징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신어>新語라는 책을 지어 바쳤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심기가 불편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으로 신하의 직언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더 잘 다스릴 수 있을지에 대해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책으로 만들라고 당부한 유방의 넉넉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 통치자들의 면면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우리 헌정사상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면서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