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 환관 ‘조고’의 진시황 작은 왕자 ‘호해’ 유인 계책은?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호해는 조고의 설득에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형을 물리치고 왕위에 오르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며,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효성스럽지 못하고, 자신의 재능이 적은데 억지로 남의 공로에 의지하는 것은 덕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설령 왕이 된다 해도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거부했다. 호해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이는 조고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의 위력을 내심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왕이 되는 것은 덕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호해의 말에 대해 조고는 탕왕과 무왕은 자신의 군주를 죽였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의롭다 했지 불충스럽다고 하지 않았으며, 위나라의 무공이 자기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지만 효성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체로 큰 일을 행할 때는 작은 일을 돌아보지 않으며 큰 덕이 있는 사람은 일을 사양하지 않습니다. 고을마다 각기 제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으며, 백관들의 공은 다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을 돌아보다가 큰 일을 잊어버리면 뒤에 반드시 재앙이 닥치며, 의심하고 주저하면 뒤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결단을 내려서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면 귀신도 피하고 뒷날에 성공하게 됩니다._「이사열전」

환관 조고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결단을 내릴만한 상황이란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진시황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상황 자체가 결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고 있으며,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를 하게 된다는 조고의 설득에 호해는 결국 동의한다. 호해가 설득을 당하게 된 것은 조고의 말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위력 때문이었다. 만약 조고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면 호해는 그와 협상을 하지 않았을 거다.

조고는 자기의 정보로 호해의 욕망을 자극했다. 남을 신하로 삼을 건지 아니면 남의 신하가 될 건지에 대한 선택은 정보의 질에 의해 결정이 된다. 혁명이나 쿠데타는 정보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된다. 주군이 될지 아니면 신하가 될지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보다.

안과 밖이 하나가 되면 일의 겉과 속이 없어진다

정보가 힘이라는 것은 곧 위협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고는 승상 이사에게 호해와 협상한 내용을 알려주며 태자를 정하는 일은 이제 당신과 나의 입에 달려있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지 물었다. 이사는 당신들의 협상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며, 신하된 자로서 논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사는 조고의 설득에 호해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조고는 이사의 흔들림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에 조고는 지금 당신의 위치는 몽염보다 못한 상황인데 만약 부소가 왕이 된다면 몽염이 중용되고 당신은 내쳐지게 될 것이 분명한데 무엇을 망설이냐며, “편안한 것을 위험으로 돌릴 수도 있고, 위험한 것을 편안한 것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편안하고 위험한 것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어찌 승상을 성인의 지혜를 가진 분으로 존중하겠습니까?”라는 말로 선택을 종용했다.

이사는 신하된 자의 직책을 거론하며, 당신이 지금 나에게 죄를 짓게 하려는 것이냐고 단호히 거부했다. 이사는 직책과 본분에 근거한 당위론을 주장한 것이다. 군주는 군주이고, 신하는 신하이기에 그 둘의 경계는 신의와 충성으로 맺어진 명백한 관계인데 왜 그것을 해치려고 하느냐는 이사의 반응에 대해 조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듣건대, 성인은 변화하여 정해진 태도가 없으며, 변화에 따르고 시대에 호응하며, 끝을 보고 근본을 알며, 지향하는 바를 보고 귀착되는 바를 안다고 합니다. 사물이란 본래 이런 것입니다. 어찌 변하지 않는 고정 법칙이 있겠습니까? 이제 천하의 대권은 호해에게 달려 있으며, 저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잎과 꽃이 떨어지고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게 되면 만물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필연의 법칙입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판단이 더디십니까?_「이사열전」

세상에 고정불변의 것은 없다는 것이 조고의 논리다. 서리가 내리면 꽃과 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시대의 변화를 살펴 그에 맞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성인聖人의 도리라는 것이다. 지금 천하의 대권은 호해에게 달려있으며, 이는 필연의 법칙처럼 명료한 것이라는 조고의 주장은 현실론에 입각한 것이다. 반면 이사는 명분론에 근거해 있었다. 그래서 이사는 진晋나라에서는 태자 신생申生을 폐했다가 3대에 걸쳐 나라가 평안치 못했고, 제나라 환공의 형제들이 왕위를 다투다가 공자 규糾가 피살되었고, 은나라 주왕은 친척을 죽이고 간언하는 신하의 말을 듣지 않아서 잿더미가 되었다는 세 가지 예시를 통해 하늘의 뜻을 거부하며 모반을 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내세웠다.

조고는 “위와 아래가 마음을 합치면 길이 누릴 수 있으며, 안과 밖이 하나가 되면 일의 겉과 속이 없어집니다”라는 전제를 내세우며, 지금 우리와 함께 한다면 복을 누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