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29] 진시황 죽음 은폐 조고와 박정희 시해 정보독점 전두환은 ‘이란성 쌍둥이’

진시황~1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1979년 10월 26일 밤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사실을 외부에서 제일 먼저 안 사람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다. 그날 늦은 밤 전두환은 시신이 안치된 국군수도통합병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코드원인가?” 코드원은 대통령에 대한 비밀 암호였다. “그렇다.” 병원장은 겁에 질린 채 낮게 대답한다.

카리스마와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정보를 선점한 전두환은 상황을 주도하면서 정국의 주도권과 결국에는 정권까지 잡게 되었다. 전두환의 정보선점에 의한 권력 획득은 진시황의 죽음을 감춘 조고의 정보독점 예의 한국 현대판이다. <사기>의 조고趙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보의 현대적 의미를 먼저 짚어보자.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내면서 앞으로 20~30년 내에 정보화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다 못해 맛집을 찾을 때도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은 뒤 찾아가고 있다. 이제 정보는 권력이 되었다. 누가 더 중요한 정보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능력이 평가되고 있다.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맛집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쉽게 공유할 수 있지만 맛의 비결은 공개되기 힘들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는 고급정보가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것들이다.

사전에 의하면 정보란 ‘관찰이나 측정을 통하여 수집한 자료를 실제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한 지식’이라고 되어있다. ‘실제 문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정보다. 실제의 문제란 한 개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목표의식과 같은 의미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이 바로 실제 문제다. 내가 돈을 벌겠다는 것도 실제 문제다. 그러나 맛집을 가겠다는 것은 특별한 목표의식이라기보다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의 욕구다. 정보란 특별한 목표의식을 이루기 위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수단이다.

고급정보를 가지고 당면한 문제에 접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하는 바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가 많은 사람은 정보가 적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질質이다. 정보의 질은 내용의 수준보다 소유의 희소성에 의해 좌우된다.

남을 신하로 삼는 것과 남의 신하가 되는 것의 차이

진나라의 환관 조고는 정보의 중요성과 위력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진시황이 세상을 돌아보러 나갔다가 사구沙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병이 위독해졌다. 이에 진시황은 조고에게 자신의 아들 부소에게 급히 이곳으로 와 장례를 치르라는 내용의 편지를 쓰게 하고 이를 급히 사자使者에게 전달하도록 명령한다. 그런데 사자가 도달하기도 전에 진시황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진시황을 수행했던 황제의 막내아들 호해와 승상 이사 그리고 조고뿐이었다.

조고는 평소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부소가 왕이 된다면 권력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워 호해를 왕으로 세우고자 결심했다. 조고는 옥새와 편지를 호해에게 보여주며 만약 부소가 왕이 된다면 당신은 한 치의 땅도 가질 수 없을 터인데 이를 어찌하겠냐고 물었다. 호해는 부소가 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거부했다. 이에 조고는 천하의 대권을 잡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우리 둘과 승상에게 달려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하며 “남을 신하로 삼는 것과 남의 신하가 되는 것, 혹은 남을 지배하는 것과 남에게 지배당하는 것”은 당신이 말하는 이치와는 다른 것임을 강조했다. 조고가 이렇게 강력히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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