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부단한 대화이자 상호작용”
이승만 대통령이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수상을 만나자 그는 조선에 아직도 호랑이가 있냐고 물었다. 이승만은 임진왜란 때 카토 키요마사(加藤淸正)이 다 잡아가서 없다고 답했다. 조선에 아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냐고 비꼬는데 대한 즉답이었다.
이승만은 말기에 노욕으로 흐려졌으나 나라를 만들었다. 건국은 그냥 된 것이 아니었다.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냉혹한 건국방략을 추진한 덕분이었다. 천하의 애국자 김구 등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었다. 이승만은 6.25전쟁을 반전시켜 한미안보동맹을 만들었다. 박정희는 일본의 지원으로 포항제철을 만들어 공업화의 쌀을 만들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국토건설의 축을 세웠다. 월남 파병으로 들어 온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가 되어다.
전두환은 집권 직후 난데없이 일본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박정희가 죽은 뒤 보니 나라 곳간이 비어 있었다. 김재규는 박정희가 살았어도 곧 들이닥칠 비극을 알고 있었다. 12.12와 5.18로 집권하고서도 대통령 당선 직후 레이건 대통령 방문을 성사시킨 전두환이 이루어낸 쾌거였다. 전두환은 일본이 바친 60억달러로 반도체 공업을 일으켰다. 오늘날 우리가 먹고살며 후손에 물려줄 최고의 혁신사업이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여 박정희를 100점 준다고 하면 이승만은 80점, 심지어 전두환은 30이다. 모두 고인이 되고 그들이 남긴 것은 역사가 되었다. 이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다만 전두환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역사는 어차피 주관이지만 맹성을 촉구하는 의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흔히들 영국이 역사에 성공한 나라라고 한다. 함께 경쟁하던 프랑스, 독일도 한때 망가졌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역사적 성찰이다. E.H. 카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과거의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는 국민 모두의 명제다.
우리에게는 한글, 이순신과 같은 성공의 역사도 있지만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함께 하는 성찰이다. 김형석, 이어령과 같은 진인眞人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해야 할 성찰이다. 냉철한 독일인이 히틀러를 선거로 맞아들여 인류와 역사에 씻을 수 없던 죄악을 자초했던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