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도 ‘인기만점’ 안동찜닭·비빔밥, 그 맛의 비결은?
[아시아엔=정향희 제주 부영호텔 셰프] 드넓은 분지에 낙동강 상류를 따라 흐르며 고유의 고택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경북 안동. 옛날 옛적 안동의 부촌인 어느 동네에서 귀한 음식으로 내어 놓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전계아법(煎鷄兒法)이라 칭하던 간장 닭조림이다.
전계아법이란, 현존하는 조선시대 안동지방의 옛 조리서 <수운잡방>(김유 지음)에 나오는 비법으로 영계에 집간장, 꿀, 식초, 설탕, 참기름, 형개(주로 경북지방에 분포하며 맵고 쓴 성질을 지닌 약초), 산초가루를 넣어 만든다.
그것이 근거가 되어 만들어진 현재의 ‘안동찜닭’은 안동지역 고유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안동찜닭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특이한 것은 간장으로 맛을 내어 색이 어둡지만, 달콤하면서도 매운 맛이 함께 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로 간장음식을 많이 하는 중국인의 입맛에도 거부감 없이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동찜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당면사리다. 간장양념 닭육수가 잘 스며든 당면은 고깃살의 1% 부족한 느낌을 꽉꽉 채워 준다. 언제부터 면 사리를 넣어 이렇게 맛좋은 찜닭을 완성시켰는지 몰라도 참으로 잘 어울린다. 금상첨화란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닭고기와 면 사리, 양념이 잘 밴 각종 야채들과 함께 먹고 나면 남은 육수가 자작하게 있다. 그것에 밥을 쓱싹 쓱싹 잘 비벼 볶음밥이나 비빔밥처럼 먹는 마지막 코스 또한 입맛을 아쉽게 하지 않는다. 마지막 코스로 밥을 비벼 먹는 비빔밥 문화 또한 외국인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다.
비빔밥으로 유명한 나라에서 빠지면 섭섭한 두번째 추천음식이 불고기와 달걀, 싱싱한 나물, 밥, 양념 고추장의 뜨거운 합작품, 바로 돌솥 비빔밥이다.
외국인에게 비빔밥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너나없이 “참 실용적입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몇 가지 채소에 비빔고추장을 얹어 한번에 쓱싹 비벼 먹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간편한 음식이냐는 것이다. 게다가 갖가지 나물은 싱싱함과 건강함을 상징하면서도 색색이 가지런히 둘러져 이쁘기도 하다.
돌솥비빔밥은 뜨겁게 먹는 비빔밥이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음식을 담아내는 뜨거운 돌솥은 음식의 첫 맛과 끝 맛을 맛있게 그대로 유지시켜 준다. 돌솥은 공장마다 제조과정이나 규격이 조금씩 다른데, 자연석으로 잘 가공한 돌솥이 내부 균열이 생기지 않고 음식 맛도 좋게 보태준다.
오늘 소개하는 비빔밥에는 갖은 나물과 채소 말고도 불고기와 달걀이 들어간다. 채소의 부족한 영양분과 감칠맛을 불고기와 달걀이 마무리 해주기 때문이다. 달걀 후라이는 한쪽면만 살짝 익힌 ‘서니 사이드업’이 매력적이다. 나물과 잘 어울리는 불고기 또한 맛의 중요한 포인트다.
불고기에 비빔밥이 어울리는 이유는 불고기가 감칠맛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불고기는 외국인이 꼽는 한국의 맛있는 몇 가지 음식 중에 항상 손꼽힌다. 이러한 고기를 살짝만 첨가해도 비빔밥 맛은 달라진다.
나물의 무침 또한 중요하다. 살아있는 채소 그대로를 넣는 생채, 채소를 뜨거운 물에 데쳐 낸 숙채, 숙채를 볶아낸 볶은 야채류 등 어느 것 하나하나를 비빔밥 재료로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좀 더 맛있는 비빔밥 비법이 있다. 볶은 나물을 좀 더 많이 넣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료마다 양념을 조금씩 해주면 더 좋다. 외국인들은 비빔밥은 비빔장 맛이 강하고 비빔장에 의해 비빔밥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는 비빔밥은 그렇지 않다. 재료 하나하나에 맛을 내어 정성이 들어가야 진짜 맛이 최고가 된다.
참맛 비결?…‘재료 반 정성 반’
따라서 양념고추장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추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고추장은 매운맛과 고추 특유의 맛을 가미해주는 역할만 해준다. ‘고추장밥’을 먹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비빔밥’을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추천할 만한 맛 좋은 나물로는 취나물과 고구마줄기가 있다. 필자는 멸치를 넣고 조려낸 간장을 사용하여 취나물을 볶아낸다. 고사리도 마찬가지다.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겨 데친 후 들깨가루를 넣어 무쳐낸다. 도라지는 물에 담가 떫은맛을 없앤 후 고춧가루, 물엿 등을 넣어 생채로 양념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