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잔치국수·中 차오미엔·日소바 ‘손에 손잡고’
누들로 하나 되는 아시아
[아시아엔=정향희 하얏트 리젠시 제주 아시아레스토랑 셰프] 세계 각국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받는 면 요리는 종류만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많은 면 요리는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나라의 대표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면 배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우동과 소바, 중국의 볶음면, 한국의 국수 등 듣기만 해도 부담 없이 군침 돋는 이름들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대개 곡물로 반죽을 하고 가늘고 긴 모양이 특징인 것이 참 신비스럽다. 전 세계의 공통문화라고 할 수 있는 이 누들은 과연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역사상 최초의 면이 발견된 곳은 중국의 서북쪽 신장 자치구이다. 1991년 어느 날, 어김없이 모래바람이 거칠게 부는 그곳에서 도로공사를 하기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중국 화염산으로 간 인부들이 수십개의 묘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한 남자의 미라와, 그들이 먹던 음식도 함께 발견되는데, 그 중 학자들을 매우 흥분시킨 게 있었다. 좁쌀과 밀을 섞어서 만든 누들이었다. 같이 발견된 유물 중에 그들이 썼던 가면이 있었는데, 그 가면에서 우뚝 솟아 있는 높은 코, 쏙 들어간 눈매며 큰 치아가 그들이 원시유럽인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전문가들은 원시 유럽 유목민들이 보다 넓은 곳을 찾아 중앙아시아로 대이동하던 당시의 미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국물 있는 누들의 역사는 너무도 길다. 인류 최초의 밀 재배는 기원전 7000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 처음으로 발효된 빵을 이집트인이 굽기 시작하는데, 그 시기에 중국에서는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2천년이 더 지난 한나라 때 와서 밀로 만든 국수에 대한 기록이 나타난다. 한나라 당시에는 면류를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을 탕병(湯餠)이라 불렀다. 학자들은 이후 송나라 때 현재 국수 모양과 조리법이 확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국수를 즐겼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서양 국수가 허브나 오일, 여러 향신료를 가미한 소스로 맛을 낸다면 동양 국수는 중독성 강한 묘한 육수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국수는 각각의 재료를 향신채와 함께 강한 화력으로 뽑아낸 맛이라 한다면, 일본은 바다에서 나는 시원하고 담백한 재료로 육수 만드는 데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산에서 나는 나물과 강가나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와 어패류 등 그리고 가축의 고기를 재료 삼아 오랫동안 푹 끓여 깊은 맛이 나는 육수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마다 매우 특색이 있어서, 어느 재료를 가지고도 육수를 낼 수 있다. 육수는 뜨겁게 먹을 수도, 차갑게도 먹을 수도 있다. 냉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가운 면요리라고 할 수 있다.
면의 시작과 육수의 특징들을 보면, 음식문화는 결국 함께 시작되어 함께 창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이라는 소박한 음식에서 ‘우리는 하나’를 목표로 인류가 손에 손잡고 평화를 추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시아의 누들은 어디까지 더 발전될 것인가. 추운 겨울을 보내려니 뜨끈뜨끈한 고깃국에 쫄깃쫄깃한 면발 넣어 후루룩 한 접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