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보양식 삼계탕···세계인이 뽑은 한국 3대 음식

[아시아엔=정향희 푸드칼럼니스트] 한식의 세계화가 나날이 긍정적 역할을 하면서 외국인이 뽑은 한국의 3대음식 중 하나인 삼계탕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만 생각했던 삼계탕이 아닌 한국에서 언제든 꼭 먹어봐야할 한식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삼계탕이 사랑받는 이유로 ‘natural food’와 ‘healthy’ 그리고 ‘taste’가 꼽혔다. 그러나 삼계탕은 생각보다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외국인이 삼계탕을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인 ‘건강’에는 한방 재료인 ‘수삼’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수삼’은 알다시피 말리지 않은 생삼(生蔘)을 말한다. 수삼은 수분이 사라지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대 냉장 저장이 가능해지면서 수삼 보관기간이 길어지고 유통보급이 전국적으로 원활해 졌다. 게다가 당시 신비한 약효로서 ‘삼’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이때 삼계탕이 한몫 했다.

‘닭국’과 ‘백숙’의 등장, ‘계삼탕’이 ‘삼계탕’으로
삼계탕과 가장 근접한 요리로 볼 수 있는 ‘닭국’은 1917년 방신영이 쓴 <조선요리제법>에서 백삼가루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등장한다. 그로부터 7년 후 1924년 이용기가 펴낸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영계백숙’이라는 닭고기 조리법이 나온다. 별다른 양념 없이 그냥 물에 익혀내기만 한 음식이다. 그런데 1942년판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닭국이 ‘백숙’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조리법은 거의 같지만 국물을 짜서 약처럼 먹는다고 돼있다. 1950년대부터는 닭과 삼이 들어간 음식을 ‘삼계탕’이 아닌 ‘계삼탕’이라고 하였다.

일제가 정리한 <중추원조사자료>에 따르면 “여름 3개월간 매일 삼계탕(蔘鷄湯) 즉 인삼을 암탉의 배에 넣어 우려낸 액을 정력(精力)약으로 마시는데, 중류 이상에서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돼있다. 1942년 <조선요리제법>의 백숙과 거의 흡사하다.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여 약처럼 먹는 모양새다. 현대로 와서야 국물이 많은 삼계탕이 된 것이 틀림없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수삼은 피로회복은 물론이고 위장을 보호하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유독 많이 들어가는 마늘은 ‘알리신’이란 성분이 신경안정과 소화를 촉진시키는데 효과가 있으며 ‘게르마늄’은 항암작용과 해독작용을 돕는다. 또한 마늘은 지질과 결합하여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삼계탕에는 찰떡궁합인 재료이다. 이들 재료 가지고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비주얼에 포인트를 주어 보기 좋은 삼계탕으로 만들어 주는 대추는 그 성격답게 재료들의 성질을 조화롭게 만드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닭고기살을 발라 찍어먹는데 이용하는 소금에 찬 성질인 녹차가루를 넣어 함께 섭취하면 식욕을 돋우어 줄 뿐만 아니라 삼계탕의 더운 성질을 중화시켜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녹차 섭취는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항균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삼계탕과 안성맞춤이다. 더군다나 손님을 위한 삼계탕이라면 식탁 위에 녹차가루를 함께 내면 품위도 살려내고 그럴듯하게 보인다.

필자가 삼계탕을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삼계탕을 먹을 때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그가 ‘Mac(맥도널드)’이라고 답해 박장대소한 적이 있다. 삼계탕이 맛도 좋고 자연스러우며(natural)과 건강에도 좋다(healthy)고 격찬하던 외국인이지만, 치킨보다는 못하다고 말한다. 삼계탕이 일본, 중국 등에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전문적인 홍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조차 삼계탕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실정이라고 말한다. 한국 최고의 건강음식으로 자리매김 하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언젠가 한국의 삼계탕이 치킨을 넘어서 전 세계 식탁에 올라갈 일을 어렴풋이 생각하다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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