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발명품 ‘딤섬’
조리법만 수백가지…유래 둘러싼 설도 무성
[아시아엔=정향희 하얏트 리젠시 제주 아시아레스토랑 셰프] 생각보다 훨씬 놀라웠다. 재작년 초 홍콩 방문 후 그동안 알고 있던 유명한 딤섬 몇 종류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수백가지의 딤섬을 만들 수 있는 ‘딤섬사’가 왜 따로 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딤섬은 밀가루나 쌀가루, 각종 전분 등으로 만든 껍질에, 육류와 해산물, 채소 같은 소를 안에 넣어 감싸거나 말아서 만든, 만두 같은 요리 뿐만 아니라 푸딩이나 식혜처럼 떠먹거나 국수처럼 말아먹는 요리 등 조리법과 모양새가 매우 다양하다.
딤섬의 종류는 수백 가지 된다. 생김새에 따라 작고 투명한 교자 모양의 가우(餃), 껍질이 푹신하고 두툼한 바우(包), 통만두 모양이지만 윗부분이 보이는 마이(賣), 마이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지만 속을 볶아 넣는 시우마이(燒賣), 쌀가루로 얇게 전병을 부쳐 속을 얹어 돌돌 만 판(粉)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딤섬을 만드는 기술은 너무 까다롭고 섬세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딤섬 조리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선배 중식 조리사는 “같은 중식당에서 근무하더라도 딤섬 키친과 일반 중화요리 키친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의 일을 쳐다볼래야 쳐다볼 수 없기 때문에 딤섬을 배우게 되면 다른 요리 배우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만큼 딤섬 하나만을 제대로 배우는 데도 부단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세월이 흘러 조그마한 가게 하나를 차렸는데, 가게 너비보다 간판은 어찌나 큰지 놀랐다. ‘딤섬 전문 레스토랑’, ‘딤섬전문사가 합니다’ 등 여기저기 ‘딤섬’이란 글씨가 어수선해 보일 정도여서 짠하면서도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모른다.
딤섬은 언제 시작됐을까. 중국 고대 농경사회때 농사꾼들이 고된 일을 하다가 잠시 배를 채우기 위해 차와 함께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오래 전 실크로드 찻집에서 카라반 상인들에게 차와 함께 내놓던 간단한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남송 때 금나라와 전쟁을 치르던 장군 한세충(韓世忠)의 아내 양홍옥(梁紅玉)이 손수 만두를 빚어 많은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십시오”라고 했다는 유래도 전해진다.
딤섬은 광동식 발음이다. 중국 표준어로는 ‘디옌씬’이라고 하는데 점심(點心)이라는 뜻이다. 아침과 저녁이 순 우리말이라면 점심은 한자어다. 점심은 윈래 불가의 선원에서 배고플 때 조금 먹는 음식을 이르는 말이었다. 점심은 직역하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인데, 마음을 살피고 점검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딤섬은 간단히 요기하는 간식이나 디저트를 말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의 심오한 철학도 담겨 있다.
어떤 이는 중국의 3대 발명으로 화약, 종이와 함께 딤섬을 넣기도 한다. 최대의 발명품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리사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열정을 쏟아부었을까는 짐작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