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향희 셰프의 맛있는 요리] 천연조미료, 맛도 영양도 만점

Cinnamonum verum

계피

버섯·새우·다시마·생강·계피·강황 등 재료도 다양

[아시아엔=정향희 제주 부영호텔 셰프, 푸드칼럼니스트] 쉽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요즘 현대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을 향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호텔 등의 레스토랑에선 소금, 설탕, 지방의 쓰임새를 줄이고 천연조미료를 활용해 맛과 건강을 높이려 하고 있다. 자연 친화적인 삶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천연 조미료는 각종 성인병과 당뇨, 암 등에 효과적이란 사실은 오래 전부터 입증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천연조미료가 각종 질병의 감염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체중을 줄여 건강한 몸매를 만드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천연조미료가 인슐린과 중성 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중화권에서는 인공조미료가 워낙 대중적으로 자리잡혀 있어 천연조미료만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류층에서는 어느 정도 천연조미료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있어 소비도 늘어가고 있다. 중화권에서 만들어 쓰는 천연조미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버섯, 새우, 멸치로 만든 가루가 중심을 이룬다. 버섯가루는 말린 버섯을 믹서에 갈아 물기 없는 마른 통에 넣고 두고두고 쓴다. 만두나 딤섬을 만들 때 반 스푼만 넣으면 영양과 맛이 크게 좋아진다.

새우가루는 새우를 튀겨서 말린 후 갈아서 쓴다. 멸치도 바짝 말려서 해산물 볶음이나 국 등에 넣어 쓴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많이 쓰는 광둥지방에서 요리를 할 때 많이 이용된다. 다시마가루는 생선튀김이나 볶음에 주로 사용된다. 하오유오라는 굴기름은 굴을 으깨 바짝 졸여서 만든다. 여러 야채와 고추 및 참기름을 섞어 만든 라유우라는 고추기름은 사천요리 넣으면 금상첨화가 된다.

천연가다랑어포

천연가다랑어포

일본에서 많이 쓰는 천연조미료는 가다랑어포이다. 참다랑어를 말려서 대패 같은 것에 얇게 밀어서 그것을 사용한다. 우동 같은 면요리나 각종 육수를 낼 때 많이 사용한다. 요리포인트는 마지막에 넣는다는 점이다. 불을 끈 조리 마지막에 넣어 짧게 3분, 길게는 15분 정도 가만히 우려내고 건져낸다. 그러면 가다랑어 향이 날라가지 않고 깊고 좋은 맛을 낸다.

최근 일본에선 ‘누룩소금’이라는 천연발효 조미료가 유행하고 있다. 풍부한 유산균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일반 소금 대신에 쓰이므로 여러 요리에 넣을 수 있다. 소금에서 얻기 힘든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필수아미노산 등이 다량 포함돼 있다. 쌀누룩에 소금과 물만 첨가해 만든 것으로 상온에서 7~10일 지나면 완성된다.

일본에서는 다시마가 많이 사용된다. 그대로 갈아 가루로 쓰는 것보다는 말린 다시마 조각을 물에 그대로 넣고 끓여 사용한다. 다시마가 끓어오를 때 바로 건져내면 영양도 살리고 국물이 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해산물이 풍부한데다가 각종 어류를 발효시킬 수 있는 기후여건 덕분에 좋은 천연조미료가 풍부하다. 그 중에서도 넓은 어장(魚醬)의 특성을 살린 천연조미료 액젓이 대표적이다. 새우나 멸치같은 작은 생선에 소금을 뿌려서 맑은 국물만 걸러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멸치를 주원료로 하는 조미료가 많이 쓰이며, 이들은 베트남에서는 ‘느억맘’(nuoc nam), 태국에서는 ‘남플랏’(nam plat)’이라 불린다. 이 천연조미료는 캄보디아(투크트래이), 필리핀(파티스), 인도네시아(케캅이칸) 등에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우리나라의 간장처럼 사용되고 감칠맛을 내는 데 아주 좋다. 요즘은 동남아시아 요리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이러한 ‘피시 소스’가 대중화되는 느낌이다.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의 요리는 프랑스 요리와 조리법이나 맛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프랑스에서도 피시소스가 미식가들 입맛에 맞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육수나 샐러드 등에 첨가해 맛을 낸다.

생강가루나 계피가루도 흔히 사용되는 천연조미료다. 남부 아시아에서는 유독 자극적인 향신료나 조미료를 많이 쓰는데, 인도의 경우 강황 가루가 대표적이다. 커리의 원료로서 요리의 색과 맛을 내는데 손색없으며, 항암작용과 뇌질환 같은 치매예방에 매우 좋다. 인도인의 경우 80%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단백질 공급원으로 콩류나 유제품류를 많이 만들어 쓴다. 유제품 발효음식인 요구르트류가 천연조미료로 활용되는 이유다.

허브과에 속하는 바질. 식용 바질은 가정에서도 직접 키울 수 있다.

허브과에 속하는 바질. 식용 바질은 가정에서도 직접 키울 수 있다.

서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는 식물이나 나무의 꽃, 잎, 껍질, 뿌리, 열매 등을 이용해 가루를 내 향신료로 많이 사용한다. 정향과 샤프란 바질 등이 있다. 정향은 꽃봉오리를 말린 것으로 살균효과가 있으며 달달한 향을 낸다. 샤프란은 가장 비싼 향신료이다. 우리나라 특급호텔들도 원가를 꼼꼼히 따져 사용하는 식자재다. 종교행사에 쓰이는 장식품의 염료로 쓰이기도 한다. 바질은 민트과에 속하는 상큼한 향이 나는 허브로 토마토와 궁합이 잘 맞는다. 두통이나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천연 향신료는 양고기를 이용한 음식에 많이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천연조미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멸치가루나 새우가루, 다시마가루 외에도 일반가정에서 쓰면 좋은 것들을 소개한다.

들깨를 말려 가루로 낸 들깨가루는 주로 국이나 찌개, 추어탕 등에 쓰이는 것은 물론 데친 나물에 한 수저 넣어 무치면 나물 향이 훨씬 살아난다. 표고버섯으로 가루를 낸 표고버섯가루는 된장찌개에 새우가루와 함께 쓰면 감칠맛이 배가 되고 된장 외에 다른 것을 조미하지 않아도 된다. 해물탕에 한 수저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명태머리는 시원한 맛을 내고 싶은 모든 육수에 활용된다. 명태머리는 간을 보호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콩가루는 단백질의 급원으로 사포닌이 풍부하고 여성의 갱년기에 좋다. 국수를 반죽할 때 콩가루를 넣으면 더욱 쫄깃한 맛을 낼 수 있다. 콩을 프라이팬에 볶아서 갈아 사용한다.

아시아권은 서양국가보다는 성인병이나 비만 등에 노출되지 않는 편이다.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의식주 중에 아주 중요한 음식에서 자연 조미료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물질인 MSG의 사용은 알레르기나 아토피의 체질로 만들기도 하며 먹고 나서도 졸음을 유발하고 속이 더부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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