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⑭] 마윈에 쏠린 의혹(상)···장파(江派) 공자들 돈잔치에 동원됐다?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 전문칼럼니스트] 마윈의 성공은 중국이었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지 않은 취약점을 갖고 있다. 마윈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4월 서울 방문 때 그는 공개 석상에서 “나와 알리바바는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100퍼센트 중국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언중유골, 농담인 듯했지만 뼈있는 진실이 숨겨져 있는 말이었다. 중국에서의 비지니스는 당국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당국, 즉 공산당에 밉보이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시쳇말로 한방에 훅 간다. 알리바바의 문제도 여기에 있다.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8월말, 홍콩 빈과일보(?果日報), UPI 통신. 뉴욕타임스 등 유력언론들이 흥미있는 사실을 약속이나 한 듯 거의 같은 시기에 보도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자녀와 알리바바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꽌시의 나라 중국에서 정계와 재계의 유착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알리바바처럼 특정기업이 막강한 지위를 점하려면 당국 내 적절한 사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야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반대로 힘깨나 쓰는 듯 보이지만 속이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간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렇다면 알리바바는 권부인 중국공산당 내에서 누구와 손을 잡았을까? 손을 잡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가 뒤를 봐주고 있는가 하는 게 궁금한 일이었다.

그런데 유력언론들은 일제히 장쩌민(江澤民)의 손자와 손잡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탐사취재를 통한 구체적인 정황과 경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과 그의 사모펀드 회사인 ‘보위캐피탈’(Boyu Capital, 博裕?本)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 회사는 2012년 알리바바가 야후와 분규가 일어났을 때 야후 소유의 지분 40%를 되사는데 자금을 댔다.

보위캐피탈과 보위와 분리된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中?投?有限?任公司, CIC) 등 다른 파이낸스 회사들과 연계한 투자 컨소시엄은 그 거래에 70억달러(7조6314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로이터는 그들이 이런저런 정황으로 알리바바 지분 5.6%를 소유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알리바바 가치는 400억달러(약 43조6000억원) 정도였다. 알다시피 지난해 주식상장(IPO)을 하던 날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300억달러(250조 7460억원)로 급등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600%에 가까운 이득을 보았다.

장쩌민의 손자 장즈청 이외에도 류윈산 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가 ‘알리바바’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력 대주주라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장쩌민이 지나간 권력이라면 류윈산은 살아있는 권력이다. 하지만 그 역시 시진핑 주석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장쩌민 전 주석의 장파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 현 주석 측은 알리바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마윈 회장은 현 권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려 하고 있을까.

마윈은 당국과의 관계 문제만 나오면 당연히 협조해야 하며 그것이 기업인의 의무라고 일관되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해도 신권력에 대해 극도로 신경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2011년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강연에서, “구글이 중국서 잘하기를 원한다면 당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해고에 대해 중국공산당식의 단호함이라고 칭송하며, “나는 중국공산당의 운영방식을 연구했다. 그래서 우리는 학습하고 증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마윈은 2013년 <사우스차이나모닝> 인터뷰에서, 1989년 6월3~4일 벌어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학생들을 대량 학살한 중공 당국은 “가장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시진핑 주석은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반(反) 부패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그동안 떡을 주물러온 ‘장파’를 상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은 ‘공안부 차르’라 불리며 한때 위세를 떨친 장쩌민의 핵심참모였다. 중국 군부의 2인자였던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역시 장쩌민의 사람이다. 그의 낙마는 무풍지대였던 중국 군부에 큰 충격을 줬다.

마윈과 알리바바가 어느 정도로 몰락하고 있는 장쩌민파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뉴욕증시 상장으로 장쩌민파의 공자들이 돈벼락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리바바의 뒤에 소프트뱅크와 야후만 있는 것으로 아는 데 실은 그렇지 않다. 돈은 돈 냄새를 맡는 모양이다.

알리바바의 주식상장(IPO) 신청서류에는 그동안 이런저런 경로로 거론되던 장파 공자들의 페이퍼 컴퍼니가 대거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보위의 자회사인 ‘아테나 차이나 리미티드’(Athena China Limited)가 최대 추천 기업으로 되어 있으면서 줄줄이 회사 이름이 나온다. 실적은 없지만 자산은 엄청난 페이퍼 컴퍼니들이다.

신청 서류에 따르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설립한 ‘아테나 차이나 리미티드’는 ‘프로스퍼러스 윈터스위트 리미티드’(Prosperous Wintersweet Limited BVI)가 통제한다. 차례로 ‘프로스퍼러스 윈터스위트 리미티드’는 케이만 섬에 등록된 ‘보위 캐피탈 펀드 ILP.’의 자회사다.

명의뿐인 회사들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알리바바의 실제 지분 비율, 혹은 최대 주주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페이퍼 컴퍼니가 공산당의 전 핵심 간부들의 회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장파의 후손, 장공자들이 알리바바 먹잇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페이퍼 컴퍼니뿐만이 아니다.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이 운영하는 투자회사도 알리바바 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고, 중국 국부펀드 ‘중신캐피탈’(Citic Capital)과 국유기업 ‘CDB캐피탈’도 알리바바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에 투자할 당시 CDB캐피탈의 부회장은 허진레이였다. 그는 허궈창(賀國?) 전 중공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아들이다. 2012년 보위캐피탈이 주도한 컨소시엄 모금 때 국유 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은 10억달러(약 1조900억원)를 대출해줬다. 당시 중국개발은행장은 전 공산당 원로 천윈(陳雲)의 아들인 천위안이었다.

이렇듯 대부분 장쩌민파로 대표되는 전 지도부 인사들의 친인척이 대거 임원 및 주주명단에 올라 있는 중국 최대, 아니 세계 최대 규모기업을 현 정권이 곱게 보지 않고 있으면서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에 몰락까지 시킬 수는 없지만 공개적으로 타격해 길을 들이려 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된서리가 한번 혹독하게 내리기는 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1월말 이틀간 뉴욕증시에서 주가폭락으로 시가총액 300억달러(약 32조원)를 잃었다. 시진핑 현 정권의 규제당국이 알리바바를 상대로 한마디 내던진 직후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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