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⑮] 중국 당국 한마디에 마윈의 미래 달려있다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전문가] 중국의 기업규제 상위부처인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家工商行政管理?局, 공상총국)은 지난 1월 말,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이 짝퉁을 판매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백서를 발표했다.
공상총국은 그 외에도 2014년 7월 알리바바에 대해 행정지도를 실시했던 정황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면서, “당시에는 알리바바가 9월 미국에서 상장하는데 영향을 미칠까봐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당국의 발표에 반발했다. 알리바바는 “조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반박하면서, “2천명이 넘는 전문 인력이 다각적인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서 발표 책임자인 공상총국 관리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에 대한 충격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이틀 새 15% 가까이 폭락하면서 시가 총액이 4000억 달러(약 42조원)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쌍군절 무렵 12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그때 80달러선으로 주저앉았고 그 이후 반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5개월이 지난 6월말 현재도 85달러 선이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한마디가 알리바바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때문에 알리바바가 IPO를 통해 회사가치를 2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기는 했지만 투자자들과 경영진은 늘 중국 정부에 신경을 써야 했고 쓰고 있다.
언급했듯이 중국의 정치권, 권부의 기업에 대한 총애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알리바바와 같이 큰 기업이라도 이를 일거에 분해하면서 “IT 독점기업들의 경제, 사회적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당의 결정”이라거나 “인민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등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다. 정치적 위험이야말로 알리바바의 가장 큰 재무리스크다.
사실 상대적으로 급락한 주가는 큰 위협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알리바바나 타오바오 경영진에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짝퉁 문제 또한 그렇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18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서 무려 250억 달러를 조달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알리바바의 사업 전망과 이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을 믿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이야기다.
그럴 만도 하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와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컸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투자한 250억 달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알리바바가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원래 상장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의 소유권을 주식으로 쪼개어 파는 것이다. 주식을 판매한 대금은 해당 기업에 유입되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창업자는 자칫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 누구든 창업자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한 다음 이사회에서 자신이나 측근을 경영자로 선출하면 된다. 스티브 잡스가 한때 애플에서 쫓겨났던 이유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주식으로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일반 주식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기업 구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알리바바는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해 마윈 회장과 26명의 파트너가 다수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주식 하나가 한 표와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차등의결권 제도는 홍콩이나 한국에는 없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미국 증시에서는 성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리바바 주주들은 과연 무엇을 매입한 것인가? 조세피난처인 케이먼 군도에 새롭게 설립된 ‘알리바바 그룹홀딩’의 주식이다. 알리바바 주주들은 중국에 있는 알리바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마윈 등 설립자 그룹이 중국 법인을 통해 중국 내 자산의 권리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국 법인은 홀딩과 계약을 체결해서 수수료와 로열티 명목으로 이윤을 배분한다. 이런 경로로 홀딩에 들어간 돈 중 일부가 알리바바 주주들에게 배당되는 형태이다. 그런데 흥미 있는 사실은 구미의 신규 주주들은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신흥 첨단산업과 전략산업 부문(인터넷과 정보통신)의 기업에 대해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외부의 시각으로는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국 자산에 대한 자주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행중인 조치다. 중국의 국유기업 중 상당수가 홍콩이나 뉴욕 등에 상장되어 있으나 그 형태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 기업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국유기업들은 전체 지분의 3분의 1 정도만 주식시장에 내놓는다. 이른바 ‘3분의 1 민영화’다. 나머지 지분(3분의 2)은 지주회사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지주회사의 지분 100%를 중국 정부(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소유한다. 정부가 3분의 2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국가에 묶어두는 한편 그 일부를 해외 증시에 상장해서 국제적인 기업 관행에 적응시키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앞서 언급한 경영권의 이중구조에 대해 적합성, 적법성 여부를 밝힌 바 없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중국 정부가 이를 불법화하는 경우, 실제로 수익을 내는 중국 법인과 명목 회사인 홀딩 간의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익 없는 페이퍼 컴퍼니인 케이먼 군도의 홀딩과 그 주식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로 전락할 뿐이다.
마윈은 당초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려 했다. 홍콩 증권거래소 입장에서도 엄청난 호재였다.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 자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알리바바 같은 명망 높은 기업의 상장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상하이나 뉴욕이 아니라 홍콩으로 몰릴지 모른다. 그러나 홍콩 증권거래소는 알리바바의 상장을 허용할 수 없었다.
알리바바 측이 마윈 CEO 등 설립자들에 대한 특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설립자 그룹’이 이사회에 대한 지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려면 설립자들이 보유한 주식(10~20% 정도)에 대해 다른 투자자 주식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 예컨대 다른 주주들은 1표당 1의결권을 가지지만, 설립자들은 1표당 100~200개의 의결권을 주면 된다.
그러나 홍콩 증권거래소는 의외로 완고했다. “모든 주주들의 권리는 동일해야 한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 상장했다가 알리바바의 경영권을 빼앗길지도 모르게 된 마윈이 뉴욕으로 항로를 바꾼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 주주들은 주총을 통해 이사를 바꾸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생각은 진작에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케이먼 군도에 설립한 ‘알리바바 그룹 홀딩’을 활용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의 경영권은 마윈과 그 친구들로부터 절대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 굳건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그 친구들의 면면이 새롭게 수면위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