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 광군제서 ‘16.5조’ 매출 알리바바, 쇼핑시장 판도 바꿔

광군제를 맞아 주문량이 폭주하자 EMS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광군제를 맞아 주문량이 폭주하자 EMS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사진=신화사>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전문기자] 마윈과 알리바바가 세계 쇼핑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일컫었던 중국 대륙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변모 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바람과도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대륙의 최대 쇼핑 이벤트였던 11월11일, 광군제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24시간 동안 알리바바와 계열사에서 쓴 온라인 매출 총액은 최종 912억위안(16조509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알리바바 측이 밝혔다.

이같은 광군제 알리바바 매출은 당초 870억위안(15조772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뛰어넘은 결과다. 총 매출액은 작년보다 6조원이나 증가했고, 목표치를 1조원 가량 초과 달성한 셈이다.

올해 중국 광군제 행사에는 4만개 이상의 기업과 3만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600만 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25개국과 전세계 각지에 있는 5000여개 해외 브랜드도 더해졌다는 게 알리바바 측의 설명이다.

광군제란 ‘독신’을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을 의미하고, 이날 벌이는 쇼핑축제 전체를 뜻한다. 광군제는 1990년대 난징 지역 대학생들이 11월11일의 ‘1’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신자의 날로 부르면서 점차 퍼졌다.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이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쇼핑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이처럼 독신자들을 겨냥해 중국 상인들이 할인판매에 나선 것이 알리바바의 가세로 중국 최대 쇼핑 시즌으로 발전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세계 최대 소비 대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알리바바는 11월10일 밤 4시간짜리 전야 TV 쇼에서 중국 연예인은 물론 영화 007시리즈 주인공인 대니얼 크레이그와 미국 가수 애덤 램버트 등을 출연시켰다. 마윈과 크레이그가 마치 맨해턴에서 새해를 맞이하듯 카운트 다운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 됐다.

영국 BBC는 “엄청난 규모의 광군제를 지켜본 세계 경제학자들은 성장속도가 떨어진 중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소비로 동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1위안(약 180원)짜리 미·중 왕복 항공권과 로봇 청소기, 수입 분유 등을 ‘미끼 상품’으로 준비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京東)은 이날 현금 30억위안(약 5400억원)을 ‘훙바오(紅包·보너스)’로 내걸었다. 고객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작위로 추첨해 ‘현금’을 쏘며 판촉 행사를 벌인 것이다.

이처럼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전세계 상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지구촌에선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호주에선 유기농 분유인 벨라미스의 씨가 말랐다. 광군제를 앞두고 중국 구매 대행업체가 호주에서 벨라미스 분유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시드니의 한 젖먹이 엄마는 소셜미디어에 “반경 20㎞ 이내의 어느 상점에서도 벨라미스 분유를 찾지 못했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인들은 2008년 불량 분유 사태로 유아 6명이 사망한 이후 외국산 분유에 집착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종주국인 미국의 일부 업체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할인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세인스베리가 판매하는 스코틀랜드 오트밀, 네덜란드 업체의 꿀이 들어간 와플 등 수입품목을 대거 구입했다. 외국 소비자들도 광군제에 참가해 중국산 여성의류·휴대전화 등을 샀다. 국가별 구입액은 홍콩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미국·대만·마카오·호주가 이었다.

올해 광군제 매출이 작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은 해외업체의 참여가 폭발적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광군제때 물건의 가격이 평소의 절반 수준인데다, 스마트폰이 보편화 된 것도 이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중국 인터넷 인구 6억4900만명 중 5억5700만명이 모바일을 통해 접속하고 있다. 이번 광군제에서 모바일로 접속한 사람은 작년 42%에서 올해 72%로 급증했다. 전자상거래 팽창 덕분에 물류업계도 미소 짓고 있다. 이번 광군제에 동원된 택배 인력은 170만명, 차량은 40만대, 화물기는 200여대다.

알리바바는 해외 주요브랜드를 상대로 광군제 참가 상담을 벌이며 ‘광군제 세계화’를 추진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유수의 유통업체가 광군제를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접근했다”고 했다. 중국 매장이 없는 코스트코·메이시스 등 글로벌 유통기업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상품을 시험하기 위해 콧대를 낮추고 알리바바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아스쿨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300여종의 상품으로 중국 소비자를 공략했다. 알리바바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광군제 해외 매출액이 행사 시작 1분45초 만에 작년 해외 매출액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번 광군제는 ‘알리바바의 건재’를 테스트할 수 있는 주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여겨져 왔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알리바바 실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광군제 때 확인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한편 11월11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일 대비 0.35% 상승한 79.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상승세다. 지난 8월 한때 IPO 가격인 68달러 선도 무너졌으나 9월 이후 반등해 79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마윈 회장이 해외 주주들에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중국 내 소비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이후부터다.

마 회장은 서한을 통해 “세계가 중국의 경기 둔화에 과민 반응하고 있으며,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고 중국 소비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소비력은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을 했었다.

또 마윈은 전자상거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지적에 대해선 “전자상거래는 그룹 전략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알리바바는 미래 상거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반박했었는데 이날 광군제 행사로 모든 것을 입증해 보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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