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시선]만델라를 추모하며

*한 주간 주요 이슈들에 대한 아시아 주요언론의 사설을 요약 게재합니다.

<사진=AP>

필리핀 <Philippine Daily Inquirer>

만델라를 추모하며

1997년 넬슨 만델라가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세계는 이 남아공 최초 흑인 대통령이 사랑에 빠져 있음을 알았다. 그는 낯선 여인 한 명과 동행했다. 그녀는 모잠비크 초대 대통령의 미망인 그라샤 마셸이었다. 한 기자가 “곧 웨딩 벨이 울리느냐”고 묻자 만델라는 “글쎄, 우리 문화에서는 자식 손자뻘 여성과 관련된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도록 돼 있어서…”라고 슬쩍 피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피델 라모스 대통령과 관료들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둘이 다정히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운명적 사랑에 약한 필리핀 대중은 환호했다. 1996년 이혼한 그는 필리핀 방문 이듬해 마셸과 재혼했다.

이 일화는 지금 전 세계가 추념하고 있는 영웅을 떠올리기엔 너무 사소한 기억인지 모른다. 95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난 만델라는 혁명의 지도자였다. 27년 투옥생활을 견디고 세상에 다시 나온 71세의 만델라는 정치적, 육체적으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돼 있었다. 그는 “자유로 향한 문을 나서면서 마음 속 증오를 버리지 못한다면 나는 계속 교도소 안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수감 당시 교도관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고 그는 전례 없이 겸허한 자세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만델라가 공식석상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잡은 모습을 보자 세상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라고 축복했다.

<사진=AP>

미얀마 <AFP>

미얀마 44년 만의 ‘화려한 외출’…동남아시안게임 개최

민주화·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미얀마가 44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을 주최했다. 지난 12월1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제27회 동남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렸다. 성대한 불꽃놀이가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로 지어진 3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11개 참가국 선수단, 외교사절, 관중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퍼레이드와 노래, 춤이 어우러졌다. 미얀마가 동남아 최대 체육행사인 동남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것은 1961년과 1969년 이후 44년 만이다. 2011년 이후 밟아온 개혁개방 조치의 또 하나의 이정표인 셈이다.

국제무대에 복귀한 미얀마를 향해 보내는 각국의 구애도 흥미롭다. 서방 언론은 반세기 동안 군사정권 아래서 폐쇄됐던 미얀마의 ‘커밍아웃 파티’라고 표현했다. 경기는 미얀마 전통 구기로서 세팍타크로의 일종인 칭롱을 비롯해 33개 종목이 치러졌다. 경기 운영과 개·폐막 행사를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른 중국이 기술적 도움과 함께 33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진출을 놓고 인도와 경쟁 중인 중국은 미얀마 정치·경제에서 영향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도 인구 6000만 시장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미얀마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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