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유라시아는 정치·경제적 전략지역”
미래 한국의 또다른 희망 유라시아
오는 11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될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유라시아(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 협력이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유라시아 협력의 불을 지폈고, 지난 4일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제7차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이 개최됐다. 18일에는 서울에서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돼 유라시아 지역의 향후 발전 방향 및 한국의 역할이 제시될 예정이다.
유라시아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지칭하지만 지정학적으론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옛 소련지역을 의미한다. 유라시아는 수천년 동안 실크로드, 수많은 제국의 흥망성쇠, 끊임없는 분쟁 등이 증명해 주듯 세계문명 형성과 발전, 이민족 간 소통과 교류, 투쟁과 공존, 분열과 통합의 공간이었다.
한국은 유라시아 정세의 변화에 대응해 1992년 초까지 모든 유라시아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2006년에는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주도해 창설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 가입했다. 또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3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다수의 한·러시아 전문가들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성격 규정은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8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루슬란 가타로프 한·러 의원친선협회장은 “한·러 관계가 좀 멀어진 느낌이며, 서로의 흔적이 없는 백지 같은 관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유라시아와의 협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유라시아는 한국에 다양한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첫째,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공급지를 다변화시킬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신(新)수출시장 및 투자지역으로서 잠재력이 높고, 유럽 중동 등 나머지 다른 지역과의 경협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이 강소국가로서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넷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에 다자협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 다섯째, 약 55만명의 고려인(재유라시아 동포)이 거주하는 만큼 한류 확산과 함께 문화·예술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지리적 공간이다.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특히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는 대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 핵안전 증진을 위한 새로운 협력 장치 강구’, ‘유라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 ‘시베리아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한 복합 물류네트워크 구축’, ‘통합 에너지망 구축을 위한 가스관 부설과 송전망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한국은 유라시아 동북부와 세계의 다른 지역을 연계, 유라시아 경제의 잠재력을 촉발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환경을 평화협력 친화적으로 변화시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실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협력 확대 정책의 성패를 가름할 ‘한·러 서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될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의 바람직한 대러 정책을 포함한 유라시아 정책을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 특히 유라시아에서 러시아가 중심 국가임을 고려해 볼 때 더욱 그렇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