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탱크] 40년 유라시아 연구의 산실, 한양대 아태연구센터
“한국의 미래, 대륙에 있다”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소장 엄구호?이하 아태연구센터)는 대학 연구소 모델로 손꼽힌다. 40년 전통의 축적된 연구성과에 안주하지 않고?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아태연구센터는 1974년 설립된 중소(中蘇)연구소를 모태로 한다. 냉전 당시 중국과 소련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중소연구소의 존재는 독보적이었다. 소련 붕괴 후 1997년 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아태지역연구센터로 탈바꿈했다.
엄구호(53?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소장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아태 지역’이란 이름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권시절이었던 당시 ‘아태’란 말이 유행한 것도 무관치는 않다.
이 후 중국 러시아 지역을 넘어 유라시아, 인도, 몽골까지 범위를 넓혀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를 포괄하는 종합적 연구를 해오고 왔다. 2007년 11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사업 해외 지역 분야 연구소로 선정됐다.
아태연구센터가 40년간 쌓은 인적 네트워크, 연구결과물, 각종 정보의 양은 방대하다. 한국에서 러시아, 중앙아시아 관련 행사는 아태연구센터가 대부분 관련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유라시아 관련 학술논문의 60%가 이 곳에서 생산되며 배출한 연구자만 100명이 넘는다.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와 공식 수교 이전인 1988년부터 해마다 공동학술회의를 열고 있는 한편 한-러시아, 한-카자흐스탄 포럼 등 국가 포럼을 비롯해 수많은 학술대회를 매년 주관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내놓는 발간물도 4종류나 된다. 계간지 중소연구, 영문 JES, 월간 e-유라시아, 주간 유라시안 헤드라인 등. JES는 학술논문 인용지수인 스코퍼스(Scopus)에 등재되기도 했고 SJR(SCImago Journal & Country rank. 학술지 랭킹화 포털 사이트) 평가에서 관련분야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발간한 <역사속의 한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단행본은 30권이 넘는다. 유라시아 DB서비스인 유리스(Euris)에는 국가, 통계, 인물, 종교, 민속, 문학 등 19개 분야의 DB가 구축돼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지원단체 평가에서 항상 최우수 점수를 받는 이유다.
“시민과 동떨어진 연구 의미 없어”
특히 아태연구센터가 타 연구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일반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엄 소장은 “국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유라시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은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가장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그 대표적인 예.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유라시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아태연구센터만 방문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각 나라별 정보부터 인물, 문화, 역사 자료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해당 국가의 최신 뉴스, 주요이슈 분석 업데이트도 항상 ‘최신’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강좌도 열고 있다. 2009년 시작된 시민강좌는 유라시아의 영웅, 철학, 종교, 문학 등 매회 테마를 바꿔 일반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학교 바깥에서 하는 문화적 활동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로 5회를 맞은 러시아?유라시아 영화제. 엄 소장은 “과거 우리가 프랑스 영화를 통해 프랑스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갖게 됐듯, 러시아에 대한 인식도 러시아 영화를 통해 깊어질 수 있다”며 “이런 활동은 유라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현재엔 어떤 정체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 16명의 전임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구비 수주액은 HK사업을 포함해 15~16억원 수준. 요즘 아태연구센터는 모바일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PC기반의 콘턴츠를 모바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유리스 DB 구축 분야도 30개로 확대하며 영문 저널의 SSCI 등재도 준비하고 있다.
엄 소장은 “지금까지 글로벌 코리아라고 하지만 미국 일본 등 해양세력과의 동맹이 중심이었다. 국가의 새로운 미래는 대륙에 있다고 본다. 그 대륙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 우리가 최소한 학문적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